[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윤석열씨가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가 광장에 모였습니다. 탄핵과 내란죄 처벌을 요구하며 단식·철야농성에 돌입한 데 이어 연일 시국선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윤씨가 풀려나면서 직면한 민주주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헌법재판소가 윤씨의 파면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참여연대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십자각 인근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참여연대는 “내란 우두머리의 마지막 발악과 내란 세력의 준동,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준 판사와 검찰에 의해 우리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며 “윤석열 체포와 구속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던 대다수 시민들이 위기감에 밤잠을 설치고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윤석열의 파면”이라며 “진정한 반성과 사과조차 없고 내란 행위를 ‘계몽령’이라 강변하는 윤석열에게서 헌법 수호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재는 윤석열의 즉각 파면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참여연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참여연대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시국선언에 참여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통해 국민을 상대로 총칼을 겨눴고, 최상목 권한대행이란 자는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주인임을 다시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윤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도 비판했습니다. 그는 “재판부의 구속취소 결정은 법 조항에도 맞지 않고 오랜 기간 법원과 검찰이 적용해온 관행에도 벗어났다. 법원의 결정을 핑계 삼아 윤석열을 석방해준 검찰 역시 오직 권력자를 위해서 현행법이 보장한 불복 절차까지 포기했다”며 “주권자 시민의 뜻을 배반한 법관과 검찰은 이 사태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와 함께 시국선언에 참여한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종교환경회의 등 시민단체들도 “맨몸으로 계엄군을 막아냈던 시민들, 남태령을 넘었던 농민과 청년들, 은박 담요로 한강진의 긴 겨울밤을 지새운 대중들의 간절함과 투쟁이 내란의 어둠을 온몸으로 밀어내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광장을 지키며 함께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생태위기는 민주주의의 문제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윤석열이 후퇴시킨 수많은 기후·환경정책들이 그 예시”라며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헌재가 무도한 내란 수괴를 대통령직으로부터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시국선언에는 농업·먹거리 시민단체들과 청년성소수자문화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다양한 단체들이 동참했습니다. 모두 윤씨를 풀어준 법원과 석방한 검찰을 규탄하고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해 헌재의 신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하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를 주도해온 시민단체 모임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지난 8일 윤씨가 석방된 직후부터 공동의장단을 꾸리고 단식농성을 하는 중입니다. 전날에는 ‘전국대표자 100여명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과 처벌 내란 세력의 청산, 사회 대개혁을 위해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5일째 서십자각 인근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윤석열을 어떻게 체포하고 구속했는데, 이렇게 쉽사리 석방될 수 있느냐”며 “내란 우두머리가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법치가 무너지고 정의가 훼손된 민주공화국 위기”라고 했습니다. 이어 “(구속기한 문제는) 백번 양보해도 절차상 문제일 뿐인데 이젠 탄핵 기각과 국회 해산 언급까지 나오고 있다”며 “헌재의 파면 결정을 위해서 다시 한번 깨어 있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애초 윤씨에 대한 헌재의 탄핵 선고는 이번 주가 유력했습니다. 하지만 윤씨가 석방되고, 구속기한 도과 문제가 제기되면서 예정됐던 헌재의 탄핵 선고 일정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자원활동가인 김주희씨는 “탄핵 집회에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부, 몸이 불편한 어르신과 함께 광장을 지켰다”며 “그런데 윤석열 석방 이후 계엄보다 더 큰 공포가 몰려왔고, 불안감도 크다. 헌재가 빠르게 파면 결정을 내려야 국민적인 불안감이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