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윤석열씨의 구속취소와 하루 만에 이뤄진 석방으로 이해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과 관할권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법원이 구속취소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윤씨 수사를 주도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윤씨 체포 및 구속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다시 불거진 겁니다. 윤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도 내란죄 공소유지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습니다.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연합뉴스)
미숙한 공수처 수사에 울린 경종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씨에 대한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법원 결정에 대응하는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했습니다. 결국 윤씨는 이튿날인 8일 오후 5시40분쯤 수감됐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대통령 관저로 복귀했습니다.
공수처가 2번에 걸쳐 수백명의 인력을 동원하고, 대통령 경호처와 갈등을 빚으며 어렵게 윤씨를 체포한 뒤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 일어난 충돌 등 모든 과정이 수포로 돌아간 겁니다.
굳이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공수처 탓이 크다는 게 중론입니다. 부족한 수사 역량에도 불구하고, 의지만 갖고 뒤늦게 내란수사에 뛰어들어 수사를 꼬이게 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윤씨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를 주도하면서부터 적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법률상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윤씨 수사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특히 윤씨 측은 공수처엔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도 불법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직권남용죄뿐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수사권이 있기에 내란죄도 수사할 수 있다고 반박해 왔습니다. 공수처는 서부지법이 윤씨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 서부지법과 서울중앙지법 모두 윤씨의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것 등을 근거로 법원이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1월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 “수사권은 법원의 적법한 영장 발부로 수차례 인증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7일 중앙지법이 윤씨 측의 구속취소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구속취소 설명에서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습니다.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주목할 부분은 ‘공수처법 등 관련 규정에 대한 명확성 부재’를 법원이 꼽았다는 점입니다.
윤씨 측 변호인단은 구속취소 청구에서 공수처법상 수사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돼 있지 않고 공수처가 내란죄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관련범죄이기에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수사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공수처와 검찰청은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이지만 법률상 근거도 없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기간을 협의해 나눠 사용했고, 윤씨의 신병을 이전하면서도 신병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았습니다.
재판부는 윤씨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인데,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 수사권에 의문을 던져 향후 공판을 책임진 검찰도 난감해졌습니다. 공수처는 윤씨를 체포·구속한 이후 윤씨의 진술거부권 행사에 막혀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수사에 대해 미비점을 드러낸 건데, 향후 내란죄 형사재판에선 직접 윤씨 조사를 하지 못한 검찰이 많이 불리해진 입장입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2월28일 경기 과천시 공수처 청사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차 논란되는 관할권 다툼
관할권도 재차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공수처법 31조에는 수사처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범죄등 사건의 제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관할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검사는 관할법원에 영장 등을 청구하고, 기소 후 재판도 이어갑니다.
그러나 공수처법 31조에는 형사소송법 준용 원칙도 나열돼 있습니다. 범죄지, 증거의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해 수사처 검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윤씨 측은 공수처가 관할법원인 중앙지법에서 체포영장 등 발부가 원활치 않자 서부지법에서 ‘영장쇼핑’을 통해 윤씨 체포를 집행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서부지법에서 영장을 발부받을 수도 있다고 맞서왔습니다.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은 서부지법 관할인 데다, 증거의 소재지 및 대통령이라는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감안하면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굳이 따지자면 불법이라기보다 ‘편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윤씨 구속취소는 공수처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절차적 미숙을 보완해서 재판에 나서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