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석달도 안 남은 금감원장이 직을 건 이유

입력 : 2025-03-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리는 이 원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사안에 의견을 개진하고,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는 등 이상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직을 걸고 반대한다'는 발언을 수시로 내놓아 구설에 올랐습니다. 야당을 중심으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느냐. 아닙니다. 오히려 찬성하는 것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우리금융 경영평가등급과 홈플러스 사태, 상법 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저로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습니다.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합니다"(이복현 금감원장, 2025년 3월13일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 이후 취재진에게)
 
"솔직히 저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서 모든 것을 걸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솔직히 다른 말씀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무엇을 걸 것인지 혹은 저랑 같이 말씀을 나눠보시자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이복현 금감원장, 3월17일 긴급현안 브리핑에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정부와 여당쪽에서는 이 법안이 일반 주주 등의 권리를 강화하는 반면 기업 경영진의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왔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는데, 이 원장이 공개적으로 거부권 행사에 '직을 걸고' 반대의 뜻을 밝힌 것입니다. 이 원장의 임기는 오는 6월7일까지이며, 앞으로 석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직을 걸기에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데요.
 
이 원장이 상법 개정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은 사실 한 두번이 아닙니다.  상법개정 찬반 여론이 거센 시기에도 정부 관계자 중 이 원장이 전면에 나섰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으로서 상법 개정 등에 대한 소신을 밝지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원장도 원장은 "최종 결정권이 없다는 점에서는 다 원오브뎀(One of them)이고, 다 'N분의1'의 의견을 내는 것인데, 금감원만 의견을 내라 마라 이런 것들은 솔직히 말하면 그 자체가 월권 아닌가"라고 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거시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그러나 야당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은 계엄 사태 이후 미묘하게 바뀐 이 원장의 언행과 함께 언급되며 여러 설을 낳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3월 5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100억원대 이상의 이익 실현이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의 발언은 '김건희 특검'을 추진 중인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계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윤석열 막내라인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도 조사하고 있는데 확실히 이전에 윤석열 정부에 충성하던 태도랑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만큼 선출직보다는 임명직에 뜻을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에 공개토론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한 금융 관료는 "상법개정안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금융감독원 소관도 아니고 감독당국수장이 거기에 신경쓰기에는 다른 현안이 매우 많다"며 "야당(민주당)에 러브콜을 계속 보내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윤석열씨 탄핵이 인용 또는 기각될 경우 이 원장의 기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탄핵 인용이 되고 조기 대선 국면으로 가면 이 원장의 정치색은 더 진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만에 하나라도 기각이 되더라도 정부·여당과 각을 세워 온 이 원장이 강성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의 행보를 지켜보는 금융권은 심란할 따름입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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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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