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은행 지점장 전결 대출' 많은 곳 현미경 점검

입력 : 2025-04-03 오후 2:38:43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지점장 전결 대출 규모가 큰 은행 지점부터 점검 강화에 나섰습니다. 통상 은행들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지점장이 재량권을 발휘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규모를 정해 전결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결 대출이 부당대출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현미경 점검 대상이 됐습니다. 
 
'비리 온상' 된 특혜성 대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과 은행은 내부통제 부실 우려가 큰 지점을 대상으로 각각 현장검사와 자체감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검사 대상 선정은 특정 지역을 비롯해 특정 상품 쏠림이 심한 곳을 중심으로 선정합니다. 여신의 경우 대표적으로 지점장 전결 대출이 많은 곳이 해당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불법·위규 행위가 본점 심사의 사각지대에 있는 지점장 전결 대출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결 여신이 많거나 부동산PF, 가계대출 등 특정 상품 쏠림이 많은 곳에 대해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미스터리 쇼핑' 방식으로 금감원이 은행 지점에 불시 점검에 들어가진 않고 있다"며 "은행 본점에서 감사 대상 지점을 선정할 때 이 부분을 감안하라고 지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은행 지점장에게 전결권을 준 건 융통성 있게 자금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여신 취급 규모가 워낙 많다 보니 본부가 하나하나 관리하기 힘들고 의사결정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기는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활용합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에서는 특혜성 이슈로 인해 전결권을 많이 줄였지만 대다수 은행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라며 "가계, 기업 여신 가리지 않고 전결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은행권은 수백억원 규모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영업본부 또는 지점 단위의 내부통제 점검을 강화한 상태입니다. 과거에는 내부 감사가 정례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특정 기간 살펴볼 수 있는 지점 수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지점 대상으로 불시 감사 체제로 바뀌면서 감사 대상자 선정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A은행 관계자는 "내부 감사를 나가기 전에 감사 부담과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사전 고지를 했었는데, 이제는 불시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지점 단위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사고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곳도 있습니다. B은행 관계자는 "사후 처리와 대책까지 매일 이사회에 보고를 올려야 한다"며 "지점이나 본부 단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건이 제한적"이라고 했습니다.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은행들이 지점 단위의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영업력 약화" 우려도
 
금감원의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정기검사 결과에서도 전결권을 임의 변경하는 등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내부통제를 무력화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임 회장의 친인척에게 730억원 규모의 부적정 의심 대출을 내준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대출 취급 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하고, 대출금이 용도에 맞지 않게 쓰인 정황을 발견한 것입니다.
 
KB국민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 대출을 도와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기반으로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쉬운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등으로 90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이 적발됐습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개별 영업점 전결 여신에서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도 영업점 내부 감사 주기를 3년으로 일률적으로 운영하고, 감사 기간도 3∼4영업일로 짧아 당국으로부터 체계가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NH농협은행에서도 영업점에서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방법으로 6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한 것이 적발됐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결권 자체는 규정 상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재량적 권한을 오남용하고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은행 내부에서는 전결 대출이 위축될 경우 영업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대출 확대가 중요 과제인데 특별 우대금리나 한도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지배구조든 내부통제든 권한을 주고,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정기검사에서 전결권을 임의 변경하는 등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내부통제를 무력화한 사례를 적발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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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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