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관세전쟁…흔들리는 달러패권

입력 : 2025-04-01 오후 2:40:44
(사진=연합뉴스)
 
지정학적 위기나 금융 불안정성이 확대될 때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집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임한 이후 이같은 '약달러' 현상이 두드러졌는데요. 2일 토마토Pick에서는 최근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는 원인과 여파,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까지 짚어봤습니다.
 
주요국 통화 약진 
달러 약세는 심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달러 가치는 주요 10개국(G10)의 모든 통화 대비 하락했습니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달러 대비 각각 4.9%, 4.6%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인데요. 스웨덴 크로나 가치는 달러 대비 10.7%나 올랐죠. 과거에는 미국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뉴욕증시, 비트코인 등이 연초부터 꾸준히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달러의 가치가 흔들린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미국 달러화는 세 차례 장기 약세를 기록했는데요. 1970년대, 1980년대 중후반, 그리고 2000년대 초반입니다. 각 시기별로 달러 약세가 발생한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모두 미국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시기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약달러 원인은 관세전쟁
달러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원인으로는 지난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전방위적인 관세전쟁을 벌인 점이 최우선으로 꼽힙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지적하며 "이를 통해 탈달러 흐름이 빨라지고 달러 가치가 약해질 것"이라고 짚었는데요. UC버클리 경제학·정치학 교수인 배리 아이켄그린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국제무역을 제로섬게임이라고 확신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세계무역 비중을 감소시킨다면, 이는 건강하지 못하다"라며 "미국 무역을 파괴하는 ‘미국 우선’ 관세정책은 달러패권 약세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죠.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의 미국 의장 마크 소벨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스티븐 카민도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효율부의 대규모 예산삭감으로 미국경제가 잠재적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는 허구적인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미 과도한 부채와 적자는 더 높아져 달러의 글로벌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달러 약세 반작용
금값은 고공행진
한편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값(현물)은 런던시장 가격 기준 한때 3092달러(USD/T.oz)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죠.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도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25%(7.90달러) 오른 3122.20(USD/OZS)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역시 역대 최고가입니다. 국내 금값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31일 오후 한국거래소(KRX 금시장) 기준 g당 14만원대 중반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1.6%이상 상승했습니다.
 
달러 가치 하락, 일시적?
다만 일각에서는 달러의 가치 하락이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왔는데요. 증권가는 상호관세가 본격화하면 강달러 현상이 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관세 불확실성이 미국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약달러 요인으로 작용했던 부분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며 "(달러화가) 오히려 상대국의 피해 가능성과 미국 국채 기간프리미엄 상승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과 연동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관세 불확실성 하에서 달러 매수 쏠림이 완화된 지금은 달러 매수가 안전하다"라고 설명했죠. 이밖에도 달러는 여전히 각국 외환보유고의 주요 구성 통화인 점, 석유 등 주요 원자재 결제에 쓰이고 있다는 점 등이 '달러 강세 지속론'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속내는?
약달러·패권 유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약달러를 선호하면서도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달러 패권'은 강화하겠다는 행보를 보인 바 있는데요.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관세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습니다. 관세 부과의 목적이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셈인데요.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약달러가 필연적입니다. 약달러 현상이 무역적자를 축소하고 산업 경쟁력 확보에 이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죠. 그러는 한편 지난 1월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를 겨냥해 "달러 대체화를 시도한다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기에 이릅니다. 무역적자는 해결하고 싶으면서도 달러 패권은 놓기 싫어하는 행보로 보이는데요. 이같은 모순된 정책이 결국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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