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탄핵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4·2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했습니다. 기대를 걸었던 충남 아산시장과 경남 거제시장 자리를 민주당에 내줬습니다. 부산시교육감도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증을 거머쥐면서 '보수 텃밭'인 부산·경남(PK) 지역에서 외면받았습니다. 12·3 비상계엄 후 '탄핵 반대(반탄)'를 외치며 '극우' 세력에 기댄 국민의힘에 민심이 철퇴를 가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석열씨 파면 선고가 내려질 경우 국민의힘은 반탄 역풍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이대로 가면 조기 대선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힘, '부산·거제' 내줬다…사실상 전패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전날 전국 23곳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정당별로 민주당 12명, 국민의힘 7명, 조국혁신당 1명, 무소속 2명이 당선됐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교육감 1명과 기초단체장 5명,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을 뽑았는데요. 소속 정당이 없는 교육감을 제외해도 민주당이 사실상 승리했습니다.
특히 5곳의 기초단체장 재선거에서 국민의힘은 후보를 낸 3곳 중 김천시에서만 승리를 거뒀습니다.
중원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아산에서는 전만권 국민의힘 후보(득표율 39.92%)가 오세현 민주당 후보(57.52%)에 17.6%포인트 차이로 패했습니다. 국민의힘 텃밭에 속하는 거제에서는 박환기 국민의힘 후보(38.12%)가 변광용 민주당 후보(56.75%)에 18.6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아산과 거제 모두 전임 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입니다.
부산시교육감 자리는 중도·보수계로 통하는 하윤수 전 교육감에서 진보 성향인 김석준 후보자(51.13%)로 교체됐는데요. PK 지역인 거제와 부산에서도 국민의힘이 힘을 쓰지 못한 것입니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가장 높은 대구·경북(TK)에서는 김천시장 득표율(51.86%)이 턱걸이로 과반을 넘겼습니다.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자리에서 내려온 김충섭 전 김천시장이 지난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받은 득표율(75.06%)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합니다.
이밖에 8곳의 광역의원 선거의 경우 국민의힘이 4곳, 민주당 3곳, 무소속 1곳을 차지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인천 강화군, 충남 당진시, 대구 달서구, 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에서, 민주당은 대전 유성구, 경기 군포시와 성남시 분당구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여야 모두 지지 기반이 강한 곳에서 자리를 지킨 셈입니다.
기초의원 선거 9곳에서는 민주당 6곳, 국민의힘 2곳, 무소속 1곳으로 민주당이 압승했습니다. 민주당은 서울 중랑·마포·동작구 3곳과 더불어 전남 광양시, 경남 양산시에서 당선증을 거머쥐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인천 강화군, 경북 고령군에서 승리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패배 표현은 부적절"…국힘의 '결과 부정'
국민의힘은 지지층이 포집한 지역에서의 승리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전패로 이번 선거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패배를 온전히 인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30번의 공직자 줄탄핵, 무자비한 핵심 예산 삭감, 이재명 방탄법안과 사회갈등 법안 일방 통과 등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의회 독재를 멈추지 않았다"고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겸허히 받아들이는데,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라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후보 경쟁력이나 탄핵 국면이라는 정치적 상황, 선거 캠페인을 굉장히 열심히 해야 하는데 거기에 집중할 수 없던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거지 패배라는 표현을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은 참패했다"며 "후보를 내지 않은 구로구청장 선거와 전통적 약세 지역인 전남 담양군 선거 2곳을 제외하더라도, 경북 김천시장 단 한 곳에서만 당선자를 내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서 민심의 죽비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구 개봉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4·2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파면 당하면…대선까지 악영향
국민의힘의 패배는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 인용 결정을 내리면 조기 대선이 펼쳐지게 됩니다.
윤씨 파면 시 국민의힘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윤씨를 배출한 집권여당인 데다 비상계엄을 옹호하며 탄핵 반대를 외쳤던 국민의힘에도 파면 선고가 내려지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론은 인용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미디어토마토>가 이날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씨의 대통령직 복귀를 묻는 질문에 60.2%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찬성'은 37.9%, '잘 모름'은 1.9%입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대한민국 성인 남녀 10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0%포인트)입니다. (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국민의힘 대선 잠룡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외 탄핵 찬성에 뚜렷한 입장을 낸 대선 주자는 없는데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식적으로 탄핵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 패배 원인은 겉으로 보수 지지층 결집이 이뤄진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중도층의 표심을 얻지 못한 데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조기 대선에 돌입하면 지난 2017년 탄핵 후 치러진 대선처럼 어렵게 싸워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당은 민주당의 막무가내식 국회 운영을 유권자에게 피력하고, 장기 국정운영 계획 마련에 힘쓰는 방법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