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한미FTA 추가협상에서 자동차분야가 원안보다 크게 후퇴하면서 국내 완성차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의 범위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을 들어 크게 손해본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겉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면서도 속내는 매우 당혹해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주력 수출 모델의 가격인하 효과를 한동안 기대할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에 합의된 원안에 따르면 주력 수출차종인 3000cc이하 자동차에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도록 했지만, 수정안에는 철폐 시기가 5년 뒤로 미뤄졌다.
FTA 최대 수혜분야로 자동차가 꼽혔던 것이 바로 이 즉각적인 관세철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 취지가 완전히 무너진 셈이다.
긴급 수입제한 조치인 세이프가드 조항 신설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수입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될 때 미국 정부가 긴급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이 조항은 사실상 관세 환원의 권한을 미국 정부가 갖게 됨으로써 FTA의 근본적 추진이유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한남대 현용석 교수는 "자동차 분야로 놓고 볼때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안으로 당초 기대이익이 당분간 사라진 셈"이라며 "특히 세이프가드 조항은 FTA의 근본 취지를 흔드는 규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측의 실익에 비하면 양보폭이 크지 않고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지식경제부는 6일 자동차협상 영향과 세이프가드 도입 효과 등의 보도자료를 잇달아 내고 "협상 종료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돼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며 세이프가드가 발동된 적이 없어 우려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와 자동차공업협회도 "부품의 경우 즉각적 관세철폐로 기대이익이 크며 불확실성 해소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로서는 당장의 관세철폐가 물건너가고 기대이익이 사라진만큼 미국시장 전략의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한 처지가 됐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언제 발효될지 기약이 없었던 상황에서 정식 발효가 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은 환영하지만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작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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