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사라진 '73년생 한동훈'

[최신형의 정치인사이드] 탈윤에 실패한 한동훈 후과…최악 땐 '윤석열과 공멸'

입력 : 2025-04-04 오전 11:24:04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8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하홀에서 열린 “시대를 바꾸자, 개헌”을 주제로 한 청년 토크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측근. 윤석열정부 황태자. 포스트 윤석열 1순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수락.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체재인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선두주자. 총선 참패에도 62.8% 득표율로 지난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압승. 윤석열발 12·3 비상계엄 반대. 이후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수괴)에 대한 탄핵소추안 찬성.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얘기다. 

한동훈 아니면 정권 교체 확률 '100%'
 
국민의힘 참패로 끝난 22대 총선 다음 날. 여권 한 관계자가 물었다. "차기 대선주자는 누가 될까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한동훈이요." 국민의힘이 초반 기세를 살리지 못하고 108석(지역구 90석+비례대표 18석)에 그치자, 여야를 막론하고 한 전 대표를 대선 선택지에서 지울 때였다. 
 
탄핵 정국이 한창인 지난달 초. 민주당 한 관계자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한동훈." 결론만 얘기하면,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조기 대선에서 이길 확률은 49%다. 하지만 한 전 대표 이외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출마할 경우 보수 진영이 패할 확률은 100%. 
 
현재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한 전 대표 이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정도. 이중 오 시장은 35일 만에 토지거래허가제가 뒤집히면서 사실상 대선 레이스에서 이탈했다. 명태균 게이트 의혹보다 부동산 역린이 더 컸다. 이로써 오세훈 역할론은 용도 폐기.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김 전 장관은 내란 수괴와 '운명 공동체'다. 여야 관계자들이 꼽은 유력한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김문수. 이유는 선명성과 강성 보수층의 지지. 하지만 역으로 극우 아스팔트의 지지는 김 장관의 아킬레스건. 극우 선명성은 확정성 제로와 동전의 앞뒤 아닌가. 강한 선명성만으로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시뮬레이션이다. 나머지 후보는 지지율 1∼2%에 불과, 완주만 해도 다행. 당내 기반이 전무한 안 의원은 본선은커녕 경선 통과조차 어렵다.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유 전 의원의 경선 통과 가능성은 제로 이하. 
 
지난해 12월11일 오전 울산시 남구 국민의힘 울산시당 앞에서 열린 내란 공범 국짐당 장례식에서 참가자들이 김건희를 구속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닥 쳐도 '5% 지지율'…'두 자릿수'가 분기점  
 
보수 진영의 남은 주자는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 대선후보인 이준석 의원. 다크호스를 추가하면 '빠루 여전사'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정도다. 이중 반사체가 아닌 '발광체'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올릴 후보는 한 전 대표밖에 없다. 내란 수괴의 불법 계엄 직전까지 그는 보수 진영 대선주자 1위였다. '한동훈 바람'이 빠진 현재도 그의 지지율은 평균 5%. 한동훈 팬덤의 효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토론회 자격 기준인 5%는 유의미한 대선 지지율의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까지 조사한 3월 4주차 정례조사(28일 공표·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전 대표는 5%를 기록했다. 1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34%). 김 장관은 한 전 대표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내인 8%.
 
한 전 대표의 선호도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2023년 12월 1주 차에 16%로 치고 올라간 뒤 지난 3월 1주 차 때 2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의 선호도는 23%. 총선 패배 뒤에도 한 전 대표의 선호도는 '최저 14%(11월 1주차)∼최대 19%(7월 4주차) 사이를 오갔다. 내란 수괴가 불법 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는. 
 
한 전 대표의 강점은 윤석열씨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재 탈윤(탈윤석열)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상징 조작이든 아니든 내란 수괴와 차별성을 앞세워 지지율 제고를 이끌 시너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막겠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46분, 한 전 대표는 윤씨가 비상계엄을 선포(10시28분)한 지 18분에 친위 쿠데타 반대 선봉에 섰다. 
 
비상계엄 시작을 14분가량 앞둔 시간, 그는 "군·경은 부역·동조하지 말라"며 친위 쿠데타에 반대했다. 한 전 대표가 내란 수괴에 부역했다면, 6시간 만에 해제할 수 있었을까. 정파 논리와 관계없이 한 전 대표가 그날 보여준 행보는 한국 정치 역사의 한 페이지에 박제됐다. 윤씨는 지난해 8월 초부터 이재명 대표와 함께 한 전 대표 등에 대한 처단을 언급했다.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당시 14명의 체포조에 여권 인사 중 유일하게 들어간 정치인 아닌가.
 
갈 길은 멀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출마 당시 그의 스탠스는 '비윤'(비윤석열). 윤씨가 격노한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호기롭게 던진 채상병 특검은 친윤(친윤석열)계에 막혔고 윤씨의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특검'(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앞에선 꼬리를 내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상계엄에 반대한 그는 정작 탄핵 국면에선 내란 수괴 방탄에 앞장섰다. 비윤과 친윤(친윤석열) 사이를 오가는 갈지자 행보. 대선 유불리를 따지는 여의도 문법에 갇힌 결과다. 
 
끝내 종적을 감췄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가사를 차용한 '73년생 한동훈'. 현실은 정치적 흥정에 매몰된 노회한 정치인. 세대교체를 주도할 97세대가 정치적 잇속만 챙기는 가장 낡은 정치를 보여준 셈이다. 반등 모멘텀은 확실한 탈윤 시동. 증오심이 깔린 '이재명 악마화'와의 단절. 우리가 73년생 한동훈에게 기대한 건 윤석열 정치를 뺀 나머지. 윤석열과 운명 공동체로 전락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정치적 사망. "이제는 너를 지우려고 해. 두 번 다시 너를 떠올리진 않아. 가슴 아픈 일이지만"(서태지와 아이들의 <널 지우려 해>에서)
 
최신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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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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