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김한결 기자] 윤석열씨의 파면 이후 정책금융기관 기관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미 다수 기관장의 임기가 끝났거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후임 인선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는데요.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정치 일정의 큰 고비는 넘었지만 조기 대선 등 남은 변수로 인해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024110),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벤처투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주요 정책금융기관 7곳에서 기관장 교체 이슈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일부는 이미 '수장 부재' 상태인데요. 한국벤처투자는 2023년 11월 유웅환 전 대표 사임 이후 신상한 부대표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기술보증기금도 지난해 11월 김종호 이사장 임기 종료 이후 후임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캠코 역시 올해 1월 권남주 사장의 임기가 만료됐으나 후임 인선이 지연 중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벤투 임원추천위원회는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공모를 진행 후 이대희 전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조정실장을 대표이사로 추천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지난 1월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당시 공공기관 인사를 지시하면서 진행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벤투 관계자는 "향후 대표 선임과 관련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캠코 임추위는 지난달 7~14일 사장 공모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권 사장의 후임으로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됩니다. 캠코 관계자는 "현재 서류 접수가 끝나고 임추위가 사장 후보자를 주주총회에 보고하기 전 단계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기 대선 변수에 산은·기은 행장 거취 불투명
임기 만료를 앞둔 기관도 적지 않습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오는 6월,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7월,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8월에 각각 임기를 마칩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 역시 내년 1월 초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경제교사'로 알려진 강석훈 산은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립니다. 6월6일 임기 종료와 조기 대선 일정이 맞물리면서 강 회장이 임기 종료 후 산은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산은 내부에서는 강 회장이 임기가 끝나기 전 사퇴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조기 대선 과정에서 대권 후보들의 공약으로 본점 부산 이전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차기 회장은 부산 본점 이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강하다"라고 전했습니다.
기업은행도 주목됩니다. 김성태 기은 행장의 임기가 8개월가량 남았지만 조기 대선 국면과 함께 거취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이해관계자 이해 상충 등 부당거래 검사 결과 기은에서 882억원의 부당대출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제기됐습니다. 기은 노조 관계자는 "직원과 은행을 위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임기 만료 전이라도 새로운 사람을 임명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이 6월 초로 예상되면서 기관장 인선이 올해 하반기까지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기에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구체화된 이후에야 인사가 본격화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제는 기관장 공백이 길어질 경우 중소기업 지원, 벤처 투자 등 정책금융의 핵심 기능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서 정책 자금의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최근 창업진흥원,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 중기부 산하 다른 기관의 '깜짝' 인사가 있었는데 과거엔 생각하지 못했던 속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현재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기관 내부에서도 기관장 선임 가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다만 정책자금 집행 등 정책을 시행하는 데는 기관장 공백에도 문제 없도록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씨 파면 이후 임기 종료되거나 만료를 앞둔 정책금융기관장의 후임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각 기관)
오승주·김한결 기자 sj.o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