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조기대선 정국과 미국발 관세 충격이 겹치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험사들의 자본방어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금리·환율·주가 등 주요 변수가 동시에 흔들리며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킥스·K-ICS)도 압박받고 있습니다. 특히 보험업계는 자산과 부채가 모두 장기인 구조적 특성상 금리와 환율 변동에 민감해 자본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급여력비율 안갯속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 변화는 보험사들의 지급여력을 크게 좌우합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사 경영공시를 보면 시장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킥스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평균 13.76%p, 손해보험사는 평균 8.62%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업계는 대내외 금리 불확실성과 더불어 환율 리스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생명보험사의 K-ICS 비율은 평균 1.96%p, 손해보험사는 1.56%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출렁일 경우 자본방어력이 약한 보험사는 이중으로 건전성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현대해상(001450)(8000억원),
DB손해보험(005830)(8000억원),
한화생명(088350)(6000억원) 등 보험사들이 4조원이 넘는 후순위채를 발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달 방식은 이자비용이 높고 만기 재조달 부담이 있어 지속가능한 방어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실제로 자본성증권 금리는 대부분 연 4~6% 수준으로,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보다 높은 이자비용이 들어갑니다. 발행 직후에는 킥스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매년 고정적인 이자비용이 발생해 보험사의 수익성을 갉아먹기도 합니다. 금융당국도 실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기본자본 중심으로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전체 자본 대비 비율만 기준으로 삼지만 향후에는 기본자본 비중을 따로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를 통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기본자본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취지입니다.
조기대선 정국과 미국발 관세 충격이 겹치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은행 환전소에 표시된 각국 환율. (사진=뉴시스)
중소형사 타격 더 커
그러나 기본자본 확충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중소형사로 갈수록 지주사나 대주주가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보험사는 고금리 시기에 발행 기회를 활용해 선제적으로 자본성증권을 조달해왔지만,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에서는 같은 조건으로 차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형사들은 채권을 장기로 바꾸거나 부채 만기(듀레이션)로 킥스 변동성을 낮추고 있지만 장기물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이나 단기 예치금 비중이 높아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금리 하락기나 시장 불확실성 확대 시 킥스 하락폭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금리나 환율은 절대적인데, 킥스 변화는 천차만별이다 보니 보험사별로 체감하는 타격 차이도 큽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긴급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업권의 자본건전성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치·대외 리스크 등 복합 변수에 대비해 킥스 변동성을 정기 점검하고 있으며, 취약 보험사에 대해선 자구노력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나 환율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에 따라 킥스가 출렁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방어 여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라며 "대선 국면이라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당장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출렁일 경우 자본방어력이 약한 보험사는 이중으로 건전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코스피가 전 거래일(2465.42)보다 106.17포인트(4.31%) 급락한 2359.25에 개장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