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 구조로 지탱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경기침체 공포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월 이후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대미 수출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경기뿐 아니라 세계 경기침체 위협으로 인한 충격파와 아시아 통화의 동반 절하를 불러올 수 있는 위안화 급속 절하 우려 등 불안 요소가 쓰나미처럼 도사리고 있습니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8일 "4월 이후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늘고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급격히 나빠진다기보다 점차 시간을 두고 조금씩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상수지 흑자…4월 이후 '안갯속'
8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잠정) 통계를 보면, 2월 경상수지는 전년보다 7억4000만달러 증가한 71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버팀목인 수출을 보면 속내가 편치만은 않습니다. 수출의 경우 관세 정책 발효 전 기업들이 수출물량 밀어내기에 주력했지만 올 1~2월 누적 수출부터 4.8% 감소한 바 있습니다.
1~2월 누적 수입 총액은 992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3% 줄었습니다. 수출·수입 동반 하락의 불황형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1~3월까지 1분기 수출액도 2.1% 감소한 상태입니다. 수입액은 1525억7900만달러로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해당 기간의 무역흑자(84억9500만달러)는 전년 73억3800만달러보다 적은 상황입니다.
특히 경상수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2월 상품수지는 전년 112억8000만달러보다 줄어든 106억80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1~2월 상품수지 수출은 전년보다 2.9% 감소한 1036억달러에 머물렀습니다. 수입의 경우 929억2000만달러로 2.7% 줄었습니다.
지난달 통관 수출을 추산하면 3월까지는 경상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관세 영향이 큰 4월 이후는 자동차, 자동차부품, 철강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둔화세가 예상됩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3월까지는 어느 정도 감내가 가능해 괜찮았지만 4월 이후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늘고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급격히 나빠진다기보다 점차 시간을 두고 조금씩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주력 수출 품목의 경우 2~3개월 전 선제적으로 계약이 이뤄져 수출에 반영되기까진 시차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3일 경기도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 앞에 수출용 차량을 실은 카캐리어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경제 침체 확률 높다"
문제는 세계교역량이 위축되고 원화가치 하락이 심화될 경우 경상수지 변동성에 따른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 분야 한 전문가는 "경상수지가 2022년 적자를 기록할 당시 그래도 내수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고 세계교역량, 실질 실효환율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세계교역량, 교역조건, 실질실효환율 등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아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쇠락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트럼프 관세발 무역전쟁으로 미국 및 세계 경제 침체 우려에 대한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이 주요국 관세부과를 발표 후 중국들이 보복관세에 나서자 주요 분석기관들은 무역전쟁 확대,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5%에서 45%로 상향한 바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거듭하고 있는 '관세 폭탄'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더욱이 미 경기둔화 등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JPM)의 분석을 보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은 기존 40%에서 60%로 높다고 봤습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의 맞불 관세에 대해 50%의 추가 관세로 경고하는 등 미·중 간 강경 대응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위안화 절하 움직임도 불안 요소입니다. 위안화 약세는 아시아 통화의 동반 절하를 불러오는 등 파장이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원정 책임연구원은 "지난주 트럼프의 대중 관세 조치로 중국 위안화가 달러당 7.3위안에 근접하자 분석기관들은 향후 중국의 환율 대응 및 그 파장에 대한 논의를 확대했다"며 "골드만삭스 등 많은 기관들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급속한 절하보다는 안정적인 수준을 고수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부에서는 위안화가 큰 폭 추가 절하될 경우 중국 내에서는 자본이탈, 자산가격 급락 등을 우려하며 아시아 여타국 통화의 동반 절하 등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며 "레이 달리오(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립자) 등 일부는 중국이 미국과 협상에서 관세인하 대가로 위안화의 절상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하기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관세율과 강경한 이행 의지는 향후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나 미국 주가 급락세가 계속되고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질 경우 트럼프 정부가 무한정 방치하지는 못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시장 내 불안심리가 팽배한 상황이지만 주가 하락폭이 커질수록 시장 우려보다 이른 시기에 무역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이를 반영해 패닉이 진정된 후에는 협상 시기와 합의 수준에 따라 주가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인민은행은 8일 달러에 대한 위안화 기준치를 4거래일 연속 절하 고시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