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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8일 17: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매출의 100%를 기술이전 수익에 의존하는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두 번째 '빅딜'을 성사시키며 새로운 원동력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이 반 토막 났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용을 대폭 늘린 가운데 들려온 성과다. 이로써 회사는 기술이전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공고히 했으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사진=에이비엘바이오)
지난해 매출 규모 반 토막 난 가운데 신규 기술이전 계약 체결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일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새로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연구·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을 통해 중장기 성장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회사의 영업수익은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발생한 금액으로만 구성돼 있는 만큼 이번 계약은 최근 일시적으로 매출이 줄어든 에이비엘바이오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전년도 636억원 대비 47.48% 줄어든 334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연간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코스닥 시장 상장 이래로 100억원 미만을 이어오던 매출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한 건 지난 2022년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 이중항체 'ABL301'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독점적 권리를 이전하는 '빅딜'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총 계약금액은 10억 6000만달러로 계약 당시 한화 약 1조6000만원에 달했다. 세부 조건은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기술료) 1억2000만달러에 기타 마일스톤 9억 4000만달러이며, 상용화에 따른 로열티를 수령하게 된다. 반환의무가 없는 수취금액은 1억2500만달러다.
해당 계약을 기점으로 회사의 매출은 2022년 단숨에 673억원까지 뛰었다. 이에 그간 5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이어오던 에이비엘바이오는 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지난해 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손실은 26억원으로 집계되며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음수로 전환했다.
이는 회사의 주요 연구과제들의 임상이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사는 영업비용 증가의 원인으로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 시작을 위한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 비용의 증가 ▲이중항체 ADC 등 신규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비용 증가 ▲연구개발 가속화를 위한 신규 인력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등을 꼽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매출이 반 토막 나면서 영업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5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2배 이상 커졌고, 당기순손실 규모도 555억원으로 불어났다. 매출이 다소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는 일시 매출액으로 인식되는 ABL301의 마일스톤 수취 금액이 전기의 2500만 달러에서 크게 감소하며 역기저 효과가 발생한 결과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사노피 건의 경우 계약금을 2년 정도 분할 인식했다. 분할 인식 기간이 지난 것도 있고, 아무래도 마일스톤이다 보니 비정기적"이라며 "마일스톤을 받거나 추가 기술이전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풍부한 유동성과 신규 실적 바탕으로 R&D 확대 지속 전망
가시적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에이비엘바이오는 R&D 투자 규모 확대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회사의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2020년 544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1년 428억원을 제외하고는 2023년까지 500억원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반 토막이 난 매출과는 대조를 이루며 745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다행히 꾸준한 R&D 투자는 실제 성과로 이어지면서 연구개발비 투입의 당위성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모양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GSK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계약금 739억원(3850만 파운드)을 포함해 최대 1480억원(7710만 파운드)의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을 수령할 예정이다. 또한 복수의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 허가 및 상업화 마일스톤으로 최대 3조 9623억원(20억 6300만 파운드)와 함께 순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아울러 회사는 지난해 차세대 ADC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천명하며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비 투입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시 임상 및 연구개발 비용 명목으로 상환의무 없는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1400억원을 수취함으로써 지속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재무 상태도 정비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에이비엘바이오의 유동비율은 225.63%이며,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361억원에 달했다. 부채총계는 647억원, 부채비율은 38.67%로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현재 58억원이 계약부채로 인식돼 있다. 회사는 기술이전과 관련해 선수취한 금액이 있는 경우 계약부채로 인식하고, 수행의무 기간에 걸쳐 수익으로 인식한다. 즉, 계약부채가 모두 수익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할 시 부채총계는 589억원 규모로 더욱 줄어든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