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벼랑 끝이든 미치광이든

막다른 상황까지 모는 '벼랑 끝 전술'
비이성적 행보·전략적 협상 '미치광이 전략'
관세 전쟁에 환율·물가·금융 등 전방위적 위기
미 경제 역풍 우려…어떤 공격적 정책 내놓을지 몰라

입력 : 2025-04-11 오전 10:03:50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외교적 약자를 긴장 상태에 빠트려 상대국을 압박하는 전술이 있다. 유리한 위치에서 강력한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외교 협상의 초강수로 전쟁을 할 것처럼 막다른 상황까지 몰고 가는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다. 
 
지금으로부터 69년 전인 미국 대통령선거,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가 제34대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상대 진영은 애들레이 스티븐슨 민주당 후보였다. 벼랑 끝 전술이라는 말은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애들레이 스티븐슨 민주당 후보가 처음 사용했다.
 
재선에 성공한 아이젠하워는 국무장관에 존 포스터 덜레스를 앉힌 바 있다. 존 포스터 덜레스는 소련 침략에 대응할 냉전 전략으로 급진적 안보 위기를 주창하는 인물이다.
 
애들레이 스티븐슨은 아이젠하워와 존 포스터 덜레스의 '벼랑 끝 전술'에 대해 비판했으며 덜레스 국무장관은 "전쟁에 이르지 않고 벼랑에 이르는 능력은 필요한 예술이다. 이 예술을 정복하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전쟁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전쟁을 피하려고 하거나 벼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전쟁에 지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림품 전광판에 나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인이론(Madman Theory)도 있다. 일명 미치광이 전략으로 불리는 매드맨 이론은 상대방에게 미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등 비이성적 행보로 전략적인 협상 우위를 차지하는 고도의 대외 전략 중 하나다.
 
벼랑 끝 전술일지, 미치광이 전략일지 세계 경제는 사실상 트럼프 손아귀에서 흔들리는 처지에 놓였다. 각 국가에 상호관세의 공포를 안기더니 90일간 유예로 들었다 놨다 하는 통에 시장 변동성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벼랑 끝이거나 미치광이 관세전쟁이 환율, 물가, 금융 등 전방위적 위기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중국과의 갈등이 불안 요인이지만 나머지 교역국로서는 협상 여지가 남아 있어 관세 유예의 긍정적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상호관세 유예에도 미국의 성장 둔화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0% 보편 관세'가 부과될 것이고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 125%는 결국 과세 방식 전환에 따른 실효세율 상승을 불러온다. 주요 기관에서 내다보는 실효 과세는 올 초보다 21%포인트 상승을 예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다가온다. 물론 상호관세 유예로 미국의 1년 내 경기침체 확률을 65%에서 45%로 전망하는 분석도 있다. 
 
미 연준이 하반기 초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예측이나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는 않는 분위기다. 소비지출 감소세가 명확하진 않지만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설치된 전광판에 환율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탓에 금리 인하 등 정책 결정을 서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경제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한 공격적인 경제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안팎의 진단이다.
 
특히 미국, 중국 간 그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없기에 벼랑 끝 전술은 세계 경제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은 지속적인 금융 안정화에 주력할 테고 미국은 달러화의 구조적 취약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 경제 거물들의 경고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로 지목하고 있다. 미 10년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 달러화 약세까지 동시 다발적 이벤트의 파장은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계속되고 있는 미 달러화 약세는 1년9개월 만에 유로화 가치를 최고치로 올려놨다. 더욱이 미 국채 급등 사태는 금융위기성 징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미 당국은 '정상적인 디레버리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태의 심각성은 미 안전자산에 대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시장 기능 고장(malfunction)'이라는 판단까지 나오고 있으니 국채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고 보는 게 맞다.
 
즉, 트럼프가 경제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해 어떤 공격적 정책을 내놓을지 세계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벼랑 끝 전술이든, 미치광이 전략이든 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우린 보다 더 탄탄한 대응력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억지 주장과 궤변만 늘어놓고 있는 나라를 망칠 미치광이 잔당들부터 솎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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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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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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