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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15일 17:0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렌터카 업계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기차 도입 확대, 중고차 시장 진출, 보험료와 정비비 상승, 그리고 기업 간 경쟁 심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렌터카 기업들의 사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SK렌터카, 롯데렌탈, 쏘카 등 주요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번 기획을 통해 렌터카 시장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각 기업의 전략을 비교·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렌터카 업계가 수익성 저하와 재무부담 증가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기존의 단순 차량 대여 수익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구조적 수익 모델 전환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중고차 렌탈, 모빌리티 플랫폼 고도화, 장기렌트 유연화 등 다각적 전략을 모색하고 있어 이러한 노력이 수익성 제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롯데렌탈)
영업비용·재무부담 증가…수익성 회복이 ‘관건’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렌터카는 지난해 영업이익 17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220억원) 대비 41.4% 성장했다. 반면 업계 1위인
롯데렌탈(089860)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848억원으로 전년(3052억원) 대비 6.7% 감소했으며,
쏘카(403550)는 전년(-97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영업비용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SK렌터카는 지난해 영업비용이 1조3840억원으로 전년(1조2808억원) 대비 약 1030억원 늘었다. 롯데렌탈도 2조4471억원에서 2조5076억원으로 약 600억원 증가했고, 쏘카 역시 4082억원에서 4416억원으로 330억원 가량 상승했다. 보험료, 정비비, 감가상각 등 고정비 성격이 강한 비용 구조 속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렌터카 기업들의 재무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렌터카는 지난해 연결기준 단기차입금 1200억원, 유동성장기부채 6818억원, 기타금융부채 1319억원, 기타유동부채 426억원으로 단기성부채가 총 9763억원으로 약 1조원에 달한다. 반면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주요 재무지표에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SK렌터카의 부채비율은 601.3%, 차입금의존도는 70.6%로 과중한 수준이다.
롯데렌탈의 재무부담도 심각하다. 지난해 유동성 차입금 및 사채만 2조1605억원에 달하는 반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4506억원에 불과해 차입부담을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은 377.1%, 차입금의존도는 59.3%에 달한다. 쏘카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2023년부터 적자행진이 시작되며 현금창출력이 떨어져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기 때문이다. 쏘카의 부채비율은 244.2%, 차입금의존도는 61.6%에 이른다.
수익성 제고 핵심은 ‘수익모델 다양화’
해외 렌터카 업계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성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허츠(Hertz)는 차량 관리 플랫폼 고도화 등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추진 중이다. 일본 오릭스 렌터카는 보험, 정비, 차량 판매를 통합 운영하는 원스톱 시스템으로 안정적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유럽의 식스트(SIXT)는 ‘모빌리티 슈퍼앱’을 통해 차량 공유, 택시 호출, 공항 픽업 등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모델로 전환 중이다. 식스트는 단순 렌탈 수익에 의존하지 않고,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요금제와 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수익성 제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렌터카는 중고차 렌탈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기존에는 반납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매각했지만, 이를 직접 렌탈 서비스에 재투입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정환 SK렌터카 대표는 “중고차 렌탈은 초기 2~3년간 현금흐름은 악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뛰어나다”며 “어피너티는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가치에 집중하고 있어 과감한 전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렌탈 기간 및 조건의 유연화도 병행하고 있다. 기존 렌터카 상품이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SK렌터카는 고객이 원하는 기간과 조건에 따라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아울러 신차 구매도 전년 대비 30% 확대하고, 천안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경매장 및 물류기지를 조성하는 등 인프라 확장도 본격화했다.
롯데렌탈도 중고차 소매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기도 부천에 신규 매매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상반기 중 수도권에 추가 센터를 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직접 운용한 렌터카를 관리 후 중고차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신뢰도를 높이며 연간 거래량 2만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곧 중고차 전문 브랜드 론칭과 함께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해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쏘카는 ‘신차장기플랜’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통해 기존 장기 렌트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위약금·주행거리 제한 등을 파격적으로 개선했다. 계약 12개월 이후 해지 시 위약금 면제, 주행거리 무제한, 최대 5명 운전 가능 등 유연한 사용 조건을 내세우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엔진오일·와이퍼 교체, 차량 살균 소독 등 정비 서비스 ‘신차케어’를 포함해 차량 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점도 특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렌터카 업계에서도 기존의 렌탈 사업 외에도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듯 국내 렌터카 업계에서도 여러 수익모델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그중 일부는 이미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면서도 "다만 신사업과 혁신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렌탈이나 장기플랜 상품은 초기 자금 회수가 어렵고, 운영 효율화까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