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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HL홀딩스(060980)의 정몽원 회장 일가가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으로 경영권 위협이 감지되자,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는 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로 인해 지속적으로 경영권 도전 가능성이 제기되어온 HL홀딩스의 특수한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홀딩스는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통해 정몽원 HL홀딩스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늘었다고 공시했다. 정 회장의 장녀인 정지연 씨와 차녀 정지수 씨는 지난해 9월9일부터 올해 4월11일까지 총 7만3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32.51%에서 34.91%로 2.40%p 늘어났다.
HL홀딩스(사진=HL홀딩스)
VIP자산운용, 지분 확대로 경영진 압박
정 회장 일가의 지분 매입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인 VIP자산운용의 지분 증가에 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달 VIP자산운용은 1년 사이 추가적으로 HL홀딩스의 지분 4만9358주(1.37%)를 매입, 주식수를 110만8206주(11.78%)로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VIP운용은 최대주주인 정몽원 회장(지분율 25.78%)에 이어 HL홀딩스의 2대 주주다. 베어링자산운용(7.43%)과 국민연금공단(5.53%) 등 잠재적인 경영권 위협 지분을 포함할 경우 지분율은 23.68%에 달한다. 정 회장과의 격차는 2%p 남짓이다. 정 회장은 KCC(4.38%)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면 33.10%로 늘어나지만, 최근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VIP자산운용이 소액주주(46.50%) 지분을 매입해 언제든 경영권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HL홀딩는 그동안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VIP자산운용의 입김에 휘둘려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HL홀딩스가 자사주 47만193주(4.8%)를 추후 설립할 비영리재단에 무상 출연하기로 결정했지만, VIP자산운용이 반기를 들면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VIP자산운용은 HL홀딩스 경영진에 주주 서한을 보내는 등 일부 소액주주를 등에 업고 무상 출연 철회를 관철시켰다.
통상 비영리재단에 자사주를 출연할 경우 해당 재단이 오너 일가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례도 자사주를 재단에 넘기면 오너 일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세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행동주의 펀드 개입으로 무산됐다. 당시 지배구조 전문가 단체인 한국거버넌스포럼까지 반대를 표명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결국 정 회장은 철회는 물론이고 보유 중이던 자사주를 전량 소각키도 했다. .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도 저평가 지속
HL홀딩스는 매출 1조원 이상에 매년 당기순이익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1배로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주차로봇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주주환원에 소홀하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VIP자산운용의 타깃이 됐다.
이에 HL홀딩스는 지난 2월 'HL홀딩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주들을 달랬다. 3년에 걸쳐 총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최소 주당 2000원의 배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해당 내용은 2023년 11월에 발표한 내용을 반복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동일한 내용을 약 1년 뒤 공시한 것은 HL홀딩스가 VIP자산운용과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VIP자산운용이 지난해 아세아시멘트와 아세아제지를 거느린 지주회사 아세아의 4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이끌어낸 데 이어 올해에도 HL홀딩스 지분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경영권 위협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VIP자산운용은 행동주의 펀드 중에서도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호적 행동주의는 대주주를 적대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