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일찌감치 현금비중 늘린 버핏, 이번에도 맞았다?

애플 급락에도 버크셔 매도가보다 높아…‘과열’ 방향성 참고
현금 3천억달러의 힘…저평가기업 쇼핑 기대감

입력 : 2025-04-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올해 전 세계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올랐습니다. 일찌감치 미국 주식을 대량 매도해 현금 비중을 늘린 것이 주효했습니다.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버크셔해서웨이의 매매가 항상 맞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고평가된 주식을 팔아 현금비중을 늘린 덕분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옳았던 판단으로 평가됩니다. 
 
미국 10% 추락했는데 버크셔 14% 올라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S&P500지수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올해에만 10.18%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크게 올라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1주당 주가가 비싸서 국내 투자자들이 보통주 대신 주로 매매하는 버크셔해서웨이 B주(종목기호 BRK.B) 주식은 올해 하락하기는커녕 14.32%나 올랐습니다.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로 따지면 24.5%에 달합니다. 심지어 지난 2일엔 537.72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쓰기도 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신고가 랠리는 미국의 폭탄 관세 발표로 오래 가지 못했고 남들처럼 급락세로 돌아섰지만 17일 518.21달러로 마감했으니 제법 많이 복구한 셈입니다. 
 
사실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도 올해 초까지는 미국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3월 하순부터 다른 행보를 보였고 그 결과 주가 성적에서 확연한 차이가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신고가 기록을 쓰고 시장보다 월등한 성과를 올린 기간 중에 버크셔해서웨이가 실행한 투자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거나 하는 굵직한 호재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정확하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그간의 성향을 참고하면 별다를 건 없어 보입니다. 즉 오직 지난해부터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작년 말 기준 3342억달러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진 상태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요 경영진들은 이 돈으로 투자할 만한 기업 또는 주식종목을 노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애플 팔고 일본 상사 매수…일본도 하락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좋은 실적을 올렸습니다. 지난 2월에 공개된 2024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버크셔해서웨이의 핵심 이익지표인 영업수익이 474억달러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영업수익(Operation Earning)은 영업이익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자본손익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 등을 매도해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지만, 이것이 영업수익에는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그 대신 보유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나 투자한 기업이 지급하는 배당금은 영업수익에 포함됩니다. 
 
이는 애플 주식을 일부 팔아 실현한 차익이 아니라도 주업에서 호실적을 올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험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의 이익이 증가한 덕분입니다. 보험언더라이팅 부문과 보험 투자수익 증가폭이 컸습니다. 여기에 매매 차익 등을 더한 연간 영업이익은 557억달러, 순이익은 89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고 미리 현금비중을 높이는 바람에 관세 폭풍의 피해가 적었던 것도 버크셔해서웨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어느 정도 만족시켰기에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버크셔해서웨이의 매매가 옳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2019년 일본 5대 상사 주식을 대량 매입한 후로 지금까지 보유 중입니다. 현재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는 차기 경영자(CEO)로 알려진 그렉 아벨 부회장이 관리하고 있으나, 일본 상사 투자는 워렌 버핏이 주관한 것으로 보입니다. 버핏은 일본 5대 상사에 투자하면서 각각의 지분투자는 1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이를 철회하고 10%를 넘길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엔 미국 주식을 팔면서도 일본 상사 주식은 더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시 주가 하락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일본 증시는 제로금리 종료와 함께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니케이225지수는 지난해 7월 4만2000선을 돌파했다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따른 엔케리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3만1000대까지 폭락했습니다. 이후 3만8000대에 안착, 올해 초엔 다시 4만선을 밟기도 했으나 결국 금리 인상에 맞춰 다시 하락했고, 4월엔 트럼프발 충격에 3만 초반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지금은 3만4000선까지 반등한 상황이지만 버핏이 추가 매수한 가격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10% 가까운 지분은 주가가 훨씬 낮은 시절에 취득했기에 이 정도 충격에 흔들리진 않겠지만, 애플 등 미국 주식 대신 선택한 투자가 전부 맞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 연례 행사에 참석한 워렌 버핏 회장.(사진=연합뉴스)
 
매매 종목보다 방향성 참고
 
게다가 장기간 보유 중이던 애플 주식을 대량 매도한 시점도 현재 주가를 보면 최적의 타이밍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 종목입니다. 2023년 말 1743억달러에서 작년 2분기 말 840억달러어치로, 다시 3분기 말엔 699억달러로 감소했고 연말 기준으론 751억달러에 달합니다. 그렇게 많은 주식을 팔았지만 여전히 버크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2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한 뒤에도 애플 주가는 계속 올랐습니다. 심지어 올해 들어 상승세가 꺾였고 4월엔 폭락을 맞았는데도 여전히 버크셔해서웨이가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던 시기보다 주가보다 높습니다. 
 
이 두 사례만 봐도 버크셔해서웨이의 거래가 항상 맞다고 볼 순 없고, 또 특정 종목의 주가를 재단하는 척도로 보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단, 방향성만큼은 주의 깊게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렌 버핏은 지난해 여러 번에 걸쳐 주식시장이 과열돼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주식도 팔았습니다. 이를 참고해 버크셔해서웨이가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을 시장의 과열 신호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올해 주가 급락은 트럼프의 관세가 도화선이 됐지만 너무 많이 올랐기에 떨어지는 충격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주식 비중 100%인 투자자와 현금 비중 100%인 매수 대기자가 하락을 대하는 심정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들은 회사가 거액의 현금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주가를 끌어올린 또 하나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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