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메리츠증권, 자본은 채웠지만…이자 폭탄에 수익성 '흔들'

홈플러스 사태로 자산건전성 악화…요주의이하 자산 3년새 두 배
올해에만 세 번째 신종자본증권 발행…높은 금리에 수익성 '경고등'

입력 : 2025-04-23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메리츠증권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캐피탈 부실 이전에 이어 올해 홈플러스 사태까지 겹치며 자산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해지자, 올해 1분기에만 세 차례 신종자본증권을 찍어낸 것이다. 자본 확충이 자산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기업대출(4조3013억원)과 우발부채(5조9198억원) 잔액은 각각 전년 대비 1조5981억원, 9742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19조6594억원에서 21조9095억원으로 늘었다.
 
메리츠타워 (사진=메리츠증권)
 
홈플러스 사태, 건전성에 직격탄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자산건전성 문제에 직면한 메리츠캐피탈을 지원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브릿지론 등을 떠안았다. 건전성 지표 하락은 예견됐다. 더구나 올해는 홈플러스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까지 터지면서 자산건전성 회복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의 요주의이하 자산 규모는 지난 2022년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요주의이하 자산은 1조1564억원으로, 2022년 4973억원, 2023년 8827억원 등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주요 자산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2022년 6.8%에서 지난해 13.6%로 2배 상승했다. 
 
메리츠캐피탈 지원 외에도 금융당국의 강화된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도입으로 부실 자산 규모가 증가했고, 일부 해외부동산의 담보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 평균이 9.8%인 점을 고려하면 요주의이하 자산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 들어 홈플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건전성 회복이 쉽지만은 않게 됐다. 전체 금융권의 홈플러스 익스포저는 1조4461억원 규모로, 메리츠증권이 6551억원으로 가장 많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초 홈플러스 대출금을 리파이낸싱하며 만기를 2027년 5월까지 연장했지만, 대출이자율만 10%에 달해 이자 부담도 크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급증, 이자 부담 ‘위협’
 
이 같은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은 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신종자본증권을 두 차례 찍어낸 데 이어 올해에도 벌써 세 번이나 발행했다. 지난 2월 1800억원, 3월엔 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발행 한도에 다다르자 이사회를 열고 발행 한도를 늘려 294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채이지만,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원금상환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자기자본 규모는 6조2977억원로, 홈플러스 익스포저 규모가 자기자본의 약 10%인 점을 고려했을 때,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에도 이처럼 공격적인 자본 확충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165억원으로 전년도(6177억원)에 비해 3천억원가량 늘었고, 순이익은 6301억원으로 전년도(4242억원)에 비해 2천억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5.2~5.5% 수준임을 감안하면 약 280억원(올해 발행금액 5240억원 기준)의 추가적인 이자 부담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이자 부담이 약 2조원에 육박하면서 주요 계열사의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올해 건전성을 확충하려다 수익성까지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아직까지 크진 않지만, 건전성 악화에 홈플러스 익스포저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추가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가 과거에 비해 아직까진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 가까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 부담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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