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삼성에 매달 거액 ‘뒷돈’…“제미나이 기본 어시스턴트로”

“시장 지배력 남용”…구글 또 도마에
전문가 “이용자 선택권 보장이 핵심”

입력 : 2025-04-23 오후 2:33:32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기본 어시스턴트로 탑재하는 대가로 구글로부터 거액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스마트기기에 AI 어시스턴트를 탑재할 때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왼쪽)과 릭 오스터로 구글 부사장이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2024 언팩 행사 무대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열린 구글의 반독점 재판에서 미 법무부는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를 점유한 구글이 AI 기술을 활용해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부는 “구글이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를 기본 어시스턴트로 싣기 위해 삼성에 매월 ‘막대한 금액(enormous sum)’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독점기업의 전략”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터 피츠제럴드 구글 플랫폼·기기 부사장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구글은 지난 1월부터 삼성 기기에 제미나이를 탑재하기 위해 관련 비용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며 “이 계약은 최소 2년 동안 지속되고 202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 계약은 제미나이를 탑재한 각 기기에 대해 매달 고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제미나이 앱 내 광고 수익의 일부를 삼성에 제공하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부터 구글 제미나이를 기본 AI 엔진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글이 삼성에 실제로 지급하는 금액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과거에도 삼성 기기에서 기본 검색 엔진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있으며, 이로 인해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구글은 삼성 스마트폰에 구글 검색, 플레이스토어, 어시스턴트 등을 기본 탑재하기 위해 총 80억달러(약 11조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본 어시스턴트로 제미나이를 탑재하고 그에 따른 혜택을 받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타 AI 소프트웨어의 진입을 막는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삼성전자의 법적 책임 여부는 이용자 효용 감소나 경제적 영향 등 종합적 분석이 필요해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기본 AI 어시스턴트 탑재는 가능하되,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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