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0.2%' 쇼크…'역성장' 공포에 갇힌 한국경제

'내수·수출 부진'에 세 분기만 뒷걸음질…1년째 성장 '제자리'
2분기 이후 성장 경로 '불투명'…연간 전망도 '대폭 하향' 불가피
적극적 재정·통화정책 필요 목소리↑…추가 추경·금리 인하 무게

입력 : 2025-04-24 오후 5:16:36
[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한국 경제가 역성장 공포에 갇혔습니다. 올 1분기 우리 경제는 직전 분기 대비 -0.2%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세 분기 만에 다시 뒷걸음질했습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사실상 성장을 멈췄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아직 미국발 관세 전쟁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내수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타격이 2분기부터 본격화하면 경기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정부가 출범해도 정책 효과는 빨라도 3분기부터 나타날 예정입니다. 2분기 역시 역성장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역시 정부·한국은행의 당초 전망치에서 대폭 하향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관세 폭탄' 반영 전에도 '역성장'…작년 2분기 이후 정체·후퇴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로 집계됐습니다. 한은이 당초 전망했던 1분기 성장률(0.2%) 전망치에서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입니다.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입니다. 지난해 3분기(0.1%)와 4분기(0.1%) 성장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1년째 성장세가 멈춘 셈입니다.
 
역성장 배경에는 수출과 내수 부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이후 소비·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진 이유가 컸습니다. 여기에 대형 산불 등 이례적 요인까지 덮치면서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인 요인도 발생하면서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장비 등이 줄면서 -1.1% 역성장했습니다. 내수 역시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민간소비, 정부 소비 등에서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성장률을 가장 크게 끌어내린 것은 건설투자였습니다. 1분기 건설투자는 -3.2% 기록하며 네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전체 성장률에 -0.4%포인트 기여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설비투자도 -2.1%를 보이며 전체 성장률을 0.2%포인트나 깎아내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분기 이후 수출 타격 본격화…연간 1% 달성도 '미지수'
 
더 큰 문제는 미국발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타격이 본격화하면 2분기 이후 성장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오는 6월 신정부가 출범해서 정책 대응에 나서더라도 정책 효과는 빨라도 3분기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2분기 역시 역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국장은 "1분기 철강, 석유제품 수출 부진의 경우 관세 효과도 일부 있겠지만 상호관세 부과 전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산업 경기 부진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면서 "3월 초 시작된 철강 관세 영향은 5~6월에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역시 정부(1.8%)·한은(1.5%) 전망치에서 대폭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1분기 성장률 -0.2%의 기저효과로 연간 성장률이 1.1~1.2%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일각에서는 0%대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 공포에 갇히면서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신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필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경기 부양 마중물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5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지배적입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5월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입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1분기 성장률을 0% 정도로 예상했는데, -0.2%가 나오면서 생각보다 더 안 좋게 나왔다"며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1%가 안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하반기 얼마나 살아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인데, 2+2 통상협의가 잘 이뤄지고 새 정부가 들어서서 안정화되면 하반기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며 "재정 확대하고 금리 인하 이뤄지면 내수 지표가 좀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수출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수출이 충분히 받쳐주지 않으면 1% 성장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새 정부가 얼마나 정책 대응을 잘하고, 어떻게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서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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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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