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 퇴출보다는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시장 정상화를 유도하는 현실적 대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PBR 0.2배 미만 종목은 코스피, 코스닥 양 시장을 합쳐 총 52개에 달합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BPS)으로 나눈 수치인데요.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저PBR 기업에 대해 "적대적 M&A를 하든지 청산해야 한다"며 "PBR 0.1이면 이론적으로 10배 넘는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주식이 왜 있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해 12월19일 국회 상법개정 관련 토론회 자리에서도 "PBR 0.3배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바 있어 자본시장에 대한 일관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은 오래됐습니다. 지난해 금융당국과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증시 저평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다만 낮은 PBR은 자본시장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현상일 뿐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이 후보의 지적대로라면, 현재 PBR이 0.1~0.2배 수준인 롯데케미칼(0.17배), 현대제철(0.17배) 등 전통 제조 기업뿐만 아니라 롯데하이마트(0.14배) 등 유통 대기업도 청산 대상이 됩니다. 티와이홀딩스(0.11배), 한화생명(0.14배), 영풍(0.17배), 한진(0.19배), 한화손해보험(0.19배) 등도 포함됩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PBR 낮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가치가 낮아 자금조달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회사가 주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 연결될 수도 있어 밸류업 등 주가 부양 정책을 펼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상장폐지 간소화 방안에는 PBR을 청산 기준에 넣지 않았습니다. 당시 상장폐지 관련 발제를 맡은 이상호 자본연구원 연구원은 "PBR이 낮다고 해서 상장폐지를 하는 나라는 사실상 없다"면서도 "정상적으로 M&A 압력이 작동하는 시장이라면 PBR이 그렇게 낮은 상태로 오랫동안 시장에 머무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M&A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낮은 PBR을 형성하는 기업 중 지배주주비율이 절반 이상인 경우가 많아 쉽지 않다. (이 후보의) 발언 취지 자체는 합리적이나,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저PBR주 퇴출보다는 M&A 등 시장이 정상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저PBR주 대부분이 대주주가 70~80% 지분을 갖고 있어서 M&A가 쉽지 않다"며 "시장 퇴출 시 오히려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기도 해서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