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가별 AI 반도체 규제 완화…한국 영향 주목

1월 도입된 국가별 규제 수정·폐지 수순
단계별 제한 대신 ‘정부 협상’ 방식 검토
시장 “호재” 반응 속 전문가들 신중론도

입력 : 2025-05-08 오후 3:13:29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미국이 국가별 등급에 따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차등 제한하려던 기존 정책을 백지화하고 새로운 규정 마련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구체적 변경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26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7일(현지시각) 미 상무부는 바이든 정부 시절 마련된 AI 반도체 수출통제 시스템을 폐지하고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상무부 대변인은 바이든의 AI 규정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관료적이며 미국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며 “미국의 혁신을 촉진하고 미국의 AI 우위를 확보하는 훨씬 더 단순한 규정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종료 일주일 전인 지난 1월,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발표하고 이달 15일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조치는 AI 반도체를 △동맹 및 파트너 국가(한국·대만 등 17개국)에 제한 없이 수출하고 △일반 국가(약 120개국)에는 수량을 제한하며 △우려 국가(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는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에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주류 게임용 PC와 소비자용 하드웨어에 이미 널리 보급된 기술을 포함하여 전 세계 기술을 통제하게 된다”며 “미국의 세계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7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지난 4월 중순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 규제가 중국의 저가 대체품으로의 수요 전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날 상무부 대변인은 “관계자들이 단계별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규칙은 시행 불가능하다고 한다”면서도 “새 규정의 시행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최선의 조치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3라인에서 웨이퍼를 실은 자동운반장비(OHT)가 움직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로이터 등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하며 정부 간 협정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라이선스 제도를 정부가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경우 무역 협상에서 미국산 반도체가 더욱 강력한 협상 도구로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규제 철폐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 주가는 3% 넘게 급등했으며, 뉴욕증시 반도체지수도 1.74% 상승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도 개장 전 해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전 9시 15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1%, SK하이닉스는 2.46%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규제안 발표 당시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용 HBM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그런 불안이 당장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규제 수정안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관세 등 세부 정책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향후 더 강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히 자국 중심”이라며 “협상을 그룹별로 하는 것에서 각국 별로 협상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이 더 큰 리더십을 갖겠다는 의미”이라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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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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