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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대원제약(003220)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최근 공격적인 인수를 통해 신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종속회사들이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연결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재무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기존 의약품 부문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외형 성장은 유지되고 있어 종속회사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향후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대원제약)
적자 지속 에스디생명공학 편입에 당기순이익 62% 급감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원제약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982억원으로 전년 5270억원 대비 13.51%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2억원과 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2%, 61.70% 감소했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악화된 원인은 종속회사 편입에 기인한다.
회사는 지난 2023년 400억원을 들여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에스디생명공학(217480)의 지분 72.90%를 취득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SNP'의 마스크팩을 주요 품목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제품을 국내 및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그 외 기초 및 색조 화장품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인수 추진 당시 대원제약의 입장에서는 제약 부문에 매출의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던 상황에서 영위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복안이었지만,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회사의 인수은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에스디생명공학은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이후 중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1500억원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매출이 점차 떨어지면서 2024년 매출액은 345억원까지 줄었고, 지난 5년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는 3사업연도 연속 자기자본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후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이며, 이달 중 상장 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대원제약의 기업 인수 행보는 에스디생명공학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1년에는 보청기 제조판매 회사 딜라이트(현 대원메디테크)를 인수했으며, 2021년 5월에는 건강기능식품 전문 제조·판매 회사인 극동에치팜(현 대원헬스케어)을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대원제약은 신사업 투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원헬스케어는 당기순손실 금액이 2023년 24억원에서 2024년 27억원으로 늘었고, 대원메디테크의 경우 2022년 8억원 매출을 끝으로 더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6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사업 다각화 효과도 아직은 미미하다. 2010년 100%였던 의약품 제조 및 판매 부문 매출 비중은 건기식과 의료기기 분야 진출로 인해 2021년 95.7%로 줄었고, 화장품 부문 매출이 발생하면서 2024년 89.5%로 집계됐다.
대여금 대손충당금도 재무 부담 가중…"수익성 개선 진행 중"
이로 인해 대원제약의 재무안정성에도 빨간불이 들어 왔다. 총차입금 규모는 2023년 1440억원에서 2024년 182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차입금의존도는 28.35%에서 31.30%로 상승하며 적정 수준을 웃돌기 시작했다. 특히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이 629억원에서 779억원으로 증가했고, 이 기간 금융비용은 66억원에서 114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462억원이다.
이처럼 차입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종속회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대원제약에게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원제약은 대원메디테크에 대한 대여금 68억원 전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대원헬스케어에 대한 대여금 53억원 중에선 15억원이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됐다.
대손충당금은 회수 불능 채권을 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회계 계정이다. 돈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실제로는 미래에 돌려받을 수도 있고 떼일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우선 떼인 것으로 잠정 결정하고 대손충당금 항목으로 선제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2년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사실상 폐업 상태로 보이는 대원메디테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해당 회사가 대여금 상환 여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인 만큼 대원제약이 대손충당금 손해를 안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원제약의 제약부문 매출액은 2022년 4528억원, 2023년 5007억원, 2024년 5361억원 등 매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종속회사 편입으로 외형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에스디생명공학에 대한 수익성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악화된 연결실적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해 에스디플랫폼 지분 91.8%를 전량 처분했다. 에스디플랫폼은 2023년 기준 매출액 4억원, 당기순이익 19억원을 기록하며 손실 규모가 컸던 종속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로써 에스디플랫폼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식품 판매 손자회사 에스디에이치파트너스에 대한 지배력도 상실했으며, 2023년 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미국법인 청산도 완료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에스디생명공학에 대한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그 외 종속회사 등에 대해선 각 회사가 독립경영체제라 파악이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