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글로벌 공급망 중심으로 RE100 등 탄소중립 요구가 강화되면서 대선을 앞두고 경제단체가 산업계의 정책 인식과 대응 현황 등을 살펴보는 등 잇따라 ‘탄소중립’ 정책 점검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에너지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경제단체들은 현행 탄소중립 정책 이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 지원”에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난 2017년 제주도 해역에 설치된 탐라 해상풍력발전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5일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1000대 제조기업(120곳 응답)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의견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탄소중립 정책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 원전 등의 무탄소에너지로 전환하거나 산업 감축기술 도입을 지원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64.2%는 탄소중립 정책이 인센티브보다 규제 요인이 더 많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2021년에 제출한 ‘2030 NDC’(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과반(57.5%)이 달성 가능성을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부정평가는 한국의 탄소집약적 산업구조에서 기인한다고 한경협은 분석했습니다.
한경협은 산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현행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에서 인센티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국내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고려할 때 글로벌 정책 동향을 반영한 실현 가능한 NDC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계의 탄소중립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유인체계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며 “규제에서 인센티브로의 관점 변화를 통해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앞선 13일 대한상의도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대한상의가 국내 탄소배출량 상위 1000대 기업(400곳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91%는 글로벌 공급망의 탄소 규제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기업의 43%는 이미 고객사에게 탄소배출량 산정과 감축 요구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의 탄소중립 이행이 더딘 것은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조사결과, 85%의 기업들이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가 높다고 답했는데, 탄소중립에 선도적으로 투자한 기업이 수익성 악화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규제 대응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핵심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탄소중립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적극 지원해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탄소중립이 규제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서, 기업들의 관심은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에너지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상황이지만 온도차는 감지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추진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원전 비중 확대와 재생에너지 활용 제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