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식품 대기업 '신사업' 바이오

바이오 계열사 적자난 장기화…그룹 전체 실적 악영향
자금력 앞세워 미래성장동력 투자…가시적 성과 '미미'

입력 : 2025-10-16 오후 4:20:02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유통 대기업이 신사업으로 바이오산업에 진출하면서 투자 확대와 수익 확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 대기업이 바이오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사업 분할 등을 통해 신사업을 확장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죠. 하지만 바이오산업과 이종 결합이 시너지 효과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유통 대기업이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사업으로 바이오를 택했지만 바이오 계열사 적자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룹 전체 실적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한 사례로 롯데지주(004990)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CJ제일제당(097950)이 최대주주인 CJ 바이오사이언스(311690), 오리온홀딩스(001800) 산하 오리온바이오로직스와 지주사의 종속회사 팬오리온(PAN ORION Corp. Limited)이 최대주주인 리가켐바이오(141080)가 꼽힙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주요 사업 목적으로 2022년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와 송도 바이오캠퍼스 제1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바이오 시장 진출을 알렸는데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지배구조는 80%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지주와 20%를 보유한 롯데홀딩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바이오 캠퍼스는 각 12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3개의 생산시설로 조성할 방침이죠. 이 중 제1공장은 항체 의약품 생산시설로 계획대로라면 내년 완공 후 2027년 상반기부터 상업 생산이 이뤄집니다. 1공장이 완공되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의 4만 리터 생산 역량를 포함해 총 16만 리터의 생산 역량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죠. 
 
올해 총 3건 수주 계약 체결
 
CMO 후발 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규 수주 계약 체결이 핵심 과제였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4월 아시아 소재 바이오 기업과 항체 약물접합체(ADC) 임상시험용 후보물질 생산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6월에는 영국 바이오 기업 오티모와 항체의약품 위탁생산 계약, 지난달에는 미국 바이오 기업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수주 계약을 따냈습니다.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차세대 항체 약물접합체 위탁개발생산(ADC CDMO)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 기술이 정형화된 플랫폼에서 벗어나 이중특이성, 이중약물탑재, 항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결합체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흐름에 맞춰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협업 확장을 강조했죠. 지난 10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라쿠텐메디컬과 사업협력의향서 체결을 통해 단일클론항체 및 ADC 제조를 위한 장기 파트너십을 모색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초 오리온그룹은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부상하고 있는 ADC 플랫폼 원천기술을 보유한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인수한 후 계열사로 편입하며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습니다. 지난 3월 팬오리온이 리가캠바이이오의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현재 리가켐바이오의 최대주주는 25.58%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팬오리온입니다. 팬오리온은 오리온그룹의 중국 사업을 관할하며 최대주주는 95.15%의 지분을 보유한 오리온입니다. 
 
리가켐바이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737억원으로 ADC 원천기술이 매출의 10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ADC 첫 번째 후보물질인 CLCB14는 중국 포순파마에 기술이전 해 현재 유방암 대상 임상1상과 로슈사의 케사일라와 비교 임상3상이 진행 중입니다. 라가켐이 오리온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일본 제약사 오노파마슈티컬과 두 건의 ADC 원천기술,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공개된 ADC와 합성 신약을 포함한 신약 기술이전 계약에서 약 9조4000억원에 달하는 마일스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적자 만회 길은 '지속적인 기술이전'
 
리가켐바이오의 성장 동력은 ADC 파트너사의 임상 개발 진전과 자체 보유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 기술 수출 등이 꼽힙니다. 특히 플랫폼딜에서 성과가 지속적으로 발생된다면 기업가치가 시장의 기대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죠.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7년까지 신약 ADC 파이프라인에서 약 10개의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이 예상됩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이지엠(Ez-Mx) 플랫폼을 고도화해 신약 후보물질 개발과 생체 지표 발굴에 집중하고 있죠. 회사는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해 향후 3년 내 기술 수출 3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죠. 
 
CJ바이오사이언스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CJRB-101과 CJRB-201입니다. 현재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한 면역항암제 CJRB-101은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고 염증성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CJRB-201은 비임상 단계이며 CDMO와 협업해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을 위한 공정을 개발 중입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이 61.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하지만 2019년 코스닥 상장 이후 올 상반기까지 줄곧 영업 적자와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과 무관한 기업들이 신약개발이 동반된 연구개발(R&D) 투자를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속하는 것이 부담스러운게 현실인 만큼, 신약개발 사업 부문을 보강해 스핀오프 형식으로 분리해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 자생할 수 있는 모델로 키우거나 성장성 있는 바이오 기업 M&A가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혜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