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을 국가 전략 기술로 육성키로 하면서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고객 응대, 보험 인수 심사(언더라이팅), 보상 심사 등 전통적으로 인력이 집중됐던 업무 영역에 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온 보험업계 전략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은 반복적인 사무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해 보고서 작성, 회의록 요약, 규정 검색, 데이터 분석 등을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단순 사무에서 벗어나 설계사들의 컨설팅 준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도 AI를 활용 중입니다. 또 고객 보장 내역을 분석해 맞춤형 화법을 제시하거나 가상 대화를 통해 실전 상담 연습을 진행하고 상담 중 말투와 제스처를 분석해 피드백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됐습니다. 이처럼 AI는 단순 보조를 넘어 실무 전반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AI는 반복 업무 외에도 다양한 실무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보험 계약 체결 전 심사 단계에서도 AI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 이상 실손보험을 유지한 고객 중 병력이 적은 경우 AI가 계약 가능 여부를 판단해 인력 개입 없이 자동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시스템은 이미 운영 중입니다. 보험사가 축적해 온 심사 데이터를 머신러닝 방식으로 분석해 위험도 예측이 가능한 알고리즘을 구축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에서는 전체 대면 채널 계약 중 약 40%를 이러한 자동화 심사를 통해 처리합니다.
보험금 지급 심사에서의 AI 도입 역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고객이 제출한 영수증 이미지에서 OCR(광학문자인식) 기술로 필요한 정보를 자동 추출한 뒤 이를 AI가 실시간 분석해 보험금 지급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실손의료보험 등 소액 사고가 반복되는 청구 건에서 AI 자동심사를 우선 적용해, 지급 속도는 높이고 인력 부담은 낮추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일부 보험사는 오는 2028년까지 전체 보험금 심사의 17%를 자동화하고 이를 통해 연간 약 3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객 응대 및 세일즈 영역에서도 AI 기술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고객의 문의 내용과 기존 보장 내역을 연동해 상담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수분에서 수십 분이 소요되던 정보 탐색이 평균 10초 이내로 단축됐습니다. 이와 함께 상담 품질의 표준화를 통해 고객 경험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향후 맞춤형 보험 추천까지 AI가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옵니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보험업계의 AI 활용을 가속화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9개 금융회사의 10개 서비스를 생성형 AI 기반 혁신금융서비스로 새롭게 지정했습니다. 이 중에는 고객 보장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설계사에게 맞춤형 상담 스크립트를 제공하거나 실전 대화 훈련을 AI로 지원하는 보험업계 솔루션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제도는 보험사들이 AI 기술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 4곳 중 1곳은 이미 AI를 도입했으며 이는 전체 금융업권에서 은행 다음으로 높은 비중입니다. 보험업계 전반에서 AI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는 단순한 업무 보조에서 보험을 설계하고 심사하고 보상하고 상담하는 거의 모든 과정에 쓰이고 있다"며 "관련 제도나 환경이 잘 갖춰지면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인공지능(AI) 산업을 국가 전략 기술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가운데, 이미 보험업계는 고객 응대, 보험 인수 심사(언더라이팅), 보상 심사 등 전통적으로 인력이 집중됐던 업무 영역에 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며 비대면화와 업무 효율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통신사가 인슈어테크 기업과 협력해 보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SKT)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