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은커녕 친한·친윤 '충돌'…국힘 당권 쟁탈전

친한계 "구태 정치 걷어내겠다…살려면 변해야"
김용태·권성동 거취 표명 없이 취임 선서식 참여
친윤계 "네 탓 내 탓보다 이재명 견제부터"

입력 : 2025-06-04 오후 4:24:18
[뉴스토마토 이선재 인턴기자] 윤석열씨 탄핵으로 치러진 제21대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패배했습니다. 김 후보는 총 득표율 41.15%를 기록하며 2위에 그쳤습니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후폭풍에 휩싸였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쇄신을 요구하는 '친한계(친한동훈계)'와 '버티기'에 나선 '친윤계(친윤석열계)'의 갈등은 당권 싸움으로 비화할 전망입니다.

대선 끝나자마자…친한계 '맹공'
 
(그래픽=뉴스토마토)
 
친한계는 4일 국민의힘이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대선 패배는) 국민께서 '불법 계엄'과 '불법 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득권 정치인들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다"라고 직격했습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현역 국민의힘 의원들도 SNS를 통해 힘을 보탰습니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계엄과 탄핵으로 국민께 큰 상처를 드리고도 과거와 절연하지 못한 우리 당은 '맞아도 싼 놈들'이라는 질책까지 감수할 처지가 됐다"라며 "살려면 변해야 한다. 집부터 다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라고 쇄신을 촉구했습니다. 
 
진종오 의원은 이날 "우리는 쇄신하지 못했다"라며 "계엄을 옹호한 채 보수의 가치만을 외치며 국민께 뻔뻔한 한 표를 애원했다"라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재준 의원도 "앞으로는 우리 당 개혁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라며 "특히 TK 정치는 정말 많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정성국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권성동 의원님 고민하지 않으셔도 된다. 정답은 명확하다"라며 "이제 정말 떠날 때이다. 오늘을 넘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한지아 의원도 "구태 세력들을 반드시 걷어내겠다"라며 "그러기 위해 현 지도부는 지체없이 사퇴해야 한다"라고 요구했습니다.
 
지도부·친윤계 '묵묵부답'…버티기 들어가나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지도부는 이날 사퇴 요구 등에 대한 별다른 거취 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 선서에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마친 뒤, 김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와 악수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사랑재에서 주최한 이 대통령 취임 기념 '대통령·여야 7당 대표 오찬'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친한계의 사퇴 요구에 대해 "저희 당 자체가 다양한 스펙트럼과 의견이 있지 않느냐"라며 "한 분 한 분 말씀하시는 거 빼놓지 않고 보고 듣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이 당과 국민을 위한 판단인지 지혜를 모아서 결정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친윤계는 당 쇄신 요구를 일축하는 분위기입니다. 대선 캠프에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기현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국민께서 주신 무거운 민심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겠다"라면서 "저희 당이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저부터 반성하겠다"라면서 "하지만 보수우파의 유일한 적자인 저희 당에 대한 기대를 모두 버리지는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라고 했습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나경원 의원은 당 쇄신 요구에 선을 그었습니다. 나 의원은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 시대, 통합을 기대하고 싶지만 당장 내일 대법관 증원법으로 사법 장악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다고 한다"라며 "그런데 우린 또 끝없는 과거 이야기로 네 탓 내 탓을 하다 보면 그들의 사법 장악에 눈 뜨고 당하면서 내란 몰이 프레임에 갇혀만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어 "야당이 할 제일 소명은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그 소명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당 체질 개선의 출발점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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