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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유틸렉스(263050)가 올해 관리종목 지정 기로에 서 있다. 신약연구개발기업의 특성상 막대한 연구개발비로 인한 영업적자를 이어오는 와중에 지난해 법인세차감전손실 규모가 자기자본의 50%를 상회하면서다. 앞서 회사는 또 다른 상장 유지 조건인 매출액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새롭게 매출로 잡히기 시작한 사업부문의 높은 매출원가율로 인해 여전히 영업적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장 올해 안에 법차손 비율을 개선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선 높은 매출원가율을 상쇄할만한 특단의 비용절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외부의 자금조달을 통한 자본확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진=유틸렉스)
지난해 법차손 비율 50% 상회…쌓여있는 결손금에 올해도 안심 어려워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틸렉스는 지난해 296억원 규모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의 법차손 규모는 지난 2022년 34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3년 283억원으로 감소하는 듯 했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유틸렉스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포함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치료제 등 면역항암제를 기반으로한 연구개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기술이전을 주 수익 모델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 신약개발로 상용화 된 제품은 없으며, 2020년 2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후 2023년까지 1~2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해 왔다.
반면 회사는 신약연구개발기업 특성상 매출액을 훨씬 웃도는 연구개발비용을 지출 중이다. 최근 5년 평균 연구개발비용은 195억원이며,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영업적자를 이어왔고, 결손금이 누적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결손금 규모는 1943억원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2022년 말 기준 909억원에 달했던 자본총계는 결손금에 갉아먹히면서 지난해 말 425억원까지 감소했고,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69.6%로 집계되며 50%를 상회하게 됐다.
문제는 코스닥 상장 기업은 최근 3개년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법차손 비율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유틸렉스의 경우 이미 법차손 요건에 의한 관리종목 지정유예기간이 2023년부로 종료된 만큼, 앞으로 2년 중 한 번이라도 법차손 비율이 50% 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회사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3개월간 법차손 규모는 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손실 규모 63억원에 비해 줄어든 수치이지만, 2000억원에 육박하는 결손금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1분기 말 기준 377억원인 자본총계가 더욱 감소할 것을 감안한다면 올해 결산까지 법차손 비율을 50% 밑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IT 부문 매출원가율 잡지 못하면 외부 자금조달 통한 자본확충 불가피
통상 법차손 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실적 개선을 통해 법차손 자체를 줄이거나, 혹은 외부 자금조달을 통해 자본총계를 확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유틸렉스의 1분기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예년 대비 어느 정도 비용을 절감하는데 성공한 모양새다. 판매비와관리비는 전년 1분기 66억원에서 올해 1분기 48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26.15% 줄어든 48억원, 당기순손실은 22.58% 감소한 4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높은 매출원가율로 인해 매출총이익 계산 단계에서부터 이미 49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여전히 영업적자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유틸렉스는 법차손 비율 이외에 또 다른 상장 유지 조건인 연 30억 이상 매출액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해 3월 중 IT 사업을 영위하는 아이앤시스템의 발행주식 100%를 인수해 계열사에 추가한 뒤, 같은해 5월 소규모 합병을 통해 흡수합병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부터 연결기준 IT 부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며 매출액 30억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 데에 성공했으나, 문제는 이전까지 잡히지 않았던 매출원가가 재무제표에 계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틸렉스의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지난해 반기 누적 83.33%, 지난해 말 기준 93.68%까지 올랐고, 올해 1분기 누적으로는 100%를 초과하는데 이르렀다. 이는 합병으로 인해 유틸렉스 내부로 인수된 사업부가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통합) 사업부로, 인력 중심 사업으로써 매출 원가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올해 결산까지 법차손 비율의 유의미한 개선을 이끌어내야 하는 유틸렉스의 입장에선 과도한 매출원가율을 잡아내거나, 이를 상쇄할 만한 비용 절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게 아니라면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통한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사는 TDR(Tear Down & Redesign) 전략을 통해 재무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25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21%의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며 "2023년부터 도입한 핵심 파이프라인의 선택과 집중, 강력한 전략예산 제도 도입을 통한 효율적 예산 편성 및 집행, 자회사의 구조 개선을 통한 운영 합리화 등을 통해 법차손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200억대 초반으로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T부문은 양호한 운영을 보이고 있고, 통상적으로 비임상 CRO 사업과 임상검체분석 분야는 업황 특성상 일정 수준의 고정비 구조를 수반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업계 전반적으로 수요의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내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다양한 방식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에 있다. 중·장기적인 파트너십이 가능한 양질의 파트너를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