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HLB 공식 유튜브 캡처)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에이치엘비(이하
HLB(028300))의 숙원 사업인 간암 신약 미국 허가 신청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두 차례 신청에도 허가를 따내지 못한 HLB는 허가를 재빨리 다시 노리겠다던 당초 계획을 접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LB는 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 미국 허가 3차 신청을 앞두고 있습니다.
리보세라닙은 경구용 항암제로, 신생혈관 생성 억제를 통해 암세포 영양 공급을 막아 사멸시키는 기전입니다. HLB는 지난 10여년간 수천억원을 투입해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항서제약은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보유한 HLB의 파트너사입니다. HLB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통해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지난 2023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을 두드렸습니다.
첫 번째 미국 진출 시도는 불발됐습니다. FDA는 신약허가 신청 1년 만인 작년 5월 보완요구 서한(CRL)을 보냈습니다. 항서제약 생산시설 화학·제조·품질(CMC)과 임상 병원 모니터링(BIMO)을 보완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이후 이뤄진 캄렐리주맙 CMC 실사에선 3개 지적 사항이 나왔습니다. HLB는 실사가 끝난 지난 1월 "이번 CMC 실사 결과 경미한 3개의 지적 사항이 있었다"며 "충분히 해소 가능하다는 게 항서제약 팀의 의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BIMO 실사에 이어 CMC 실사가 예정보다 일찍 진행된 점, 모든 걸 다시 점검한 이번 실사에서 지적 사항이 경미한 세 가지에 불과했고 이 또한 충분히 빠르게 개선 가능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신약 승인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실사를 마친 HLB는 CRL 수령 네 달 만인 작년 9월 허가를 재신청했으나 지난 3월 2차 CRL을 받으면서 또 다시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유는 역시 항서제약 CMC였습니다. 첫 허가 신청 당시와 달리 지적 사항이 하나로 줄었다는 게 그나마 고무적이었죠.
진양곤 HLB그룹 회장도 지적 사항이 줄어든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진 회장은 2차 CRL 수령 직후 "1차 CRL은 (지적 사항이) 캄렐리주맙 CMC와 BIMO 두 가지였으나 이번 CRL은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의 CMC 지적 사항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 딱 하나"라며 "항서제약은 FDA와 빠르게 접촉해 보완할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한 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항서제약은 엘레바와 함께 지적 사항에 대한 보완 조치를 완료해 FDA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HLB는 당초 지난달 안에 세 번째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서두르지 않는다는 기조로 선회했습니다. FDA가 지적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뒤 신약 허가 신청 서류를 제출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허가 재신청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과 엘레바는 지적 사항을 보완해 FDA에 제출했으며, 현재 FDA와 간암 신약 재신청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번 협의는 신약 허가 재신청 시 승인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율의 일환으로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사와 항서제약은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에 간암 신약에 대한 허가 신청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