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중이 스위스 제네바 1차 회담의 합의를 이행할 프레임워크(틀)에 합의했습니다. '제네바 협상' 이후 추가 합의가 지지부진하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통화에 따른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실무 협상이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이번 합의안에는 양국이 이견을 보인 희토류·반도체 수출 제한에 대한 완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점화한 '2차 관세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시진핑 '통화' 계기…긴장 완화 '실마리'
10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이틀간 진행한 2차 고위급 무역 협상 직후 "중국과 제네바 합의와 양국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이행할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제네바 합의'의 이행 방식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미국 측 수석 대표였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제네바 합의에 대해 대중국 추가 관세를 기존 145%에서 30%로 인하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도 같은 날 성명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125% 관세를 10%로 낮춘다고 확인했습니다. 양국이 동시에 115%포인트씩 관세를 내린 조치였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며 올라간 보복 관세 대부분을 철회한 조치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한 희토류 수출 통제 등 비관세 조치까지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제네바 합의는 미·중이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는데, 이례적 순간으로 평가받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네바 합의에 대해 미·중 관계의 리셋(재설정)까지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제네바 합의는 양국의 합의 이행 부진에 따라 멈칫했습니다. 양국은 서로 상대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직격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및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등 핵심기술 수출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등의 조처도 문제 삼았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미·중은 합의 미이행에 따른 '줄다리기'에만 집중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지부진했던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직접 통화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톱다운' 외교가 관세 전쟁의 해법의 실마리가 된 셈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왼쪽)이 지난달 10일 토요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회담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희토류·반도체 풀릴 듯…'완전 이행' 틀 마련
이번 프레임워크는 양국 정상 승인 이후 곧바로 시행됩니다. 양국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승인하에 진행된 조치입니다.
때문에 양국 모두 이번 협상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반도체와 희토류 제한 조치가 완화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출 제한 완화 방침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러트닉 장관은 "희토류가 공급되지 않았을 때 미국이 취한 여러 조치들이 있었다"며 "그 조치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균형 있는 방식으로, 해제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 조치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제트기 엔진 부품, 화학 및 원자력 소재 등의 수출도 연계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도 추후 소통 채널 강화를 예고했습니다. 중국 관영지는 "양측이 양국 경제 및 무역 관계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함에 따라 향후 중미 관리 사이에 더 많은 회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프레임워크 세부 내용에는 상호 수출 규제의 단계적 해제안이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네바 합의의 완전 이행으로 가는 틀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은 "양국은 전문적이고 이성적이며 심도 있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면서 "이번 진전이 양국 간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세계 경제 발전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다른 회담은 예정되어 있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 양측은 자주 대화하고 있다"며 "필요할 때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제네바 협의의 완전 이행까지의 도달을 위해서는 전략적 인내의 시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바오젠윈 중국 런민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관영지에서 "구조적 무역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중국은 인내심을 유지하고 (미국의 변덕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아직 근본적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세프 그레고리 머허니 화동사범대학 교수는 <블룸버그>에 "프레임워크에 대해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근본 문제는 여전히 '희토류와 반도체'"라며 "그 외에는 모두 화려한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