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재명정부의 경기 부양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추경의 규모와 방향은 가닥이 잡힌 모양새입니다. 최소 21조원 이상 규모로, 취약계층·소상공인 등을 집중 지원하며 내수 회복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문제는 재정 여력입니다. 이미 정부 재정은 빚더미에 오른 상태에서 2차 추경 추진 시 관련 재원은 오롯이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이 국채 발행 최소화를 지시했지만,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지난 1차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1280조원으로 증가했는데, 2차 추경 시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넘길 수 있습니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는 이유로, 재정건전성 지키기가 이재명정부의 과제로 남을 전망입니다.
'최소 21조원' 규모…'내수 진작'에 방점
12일 여당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이르면 이달 말 국무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경을 논의 중입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곧바로 다음날 기재부를 포함한 차관급 인사 발표를 단행하면서 2차 추경 편성 준비를 본격화했습니다. 임기근 신임 기재부 2차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취임 소감을 밝히면서 "지금 유례없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거듭 속도감을 강조했습니다.
일단 추경의 규모와 방향은 가닥이 잡힌 모양새입니다. 추경 규모는 최소 21조원 이상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2차 추경 규모를 '최소 20조원'이라고 언급했고, 이어 같은 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재정 여력만 뒷받침되면 추경 규모가 크면 클수록 좋다"며 "2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추경 사업 내용도 이 대통령이 직접 취약계층, 소상공인을 언급하면서 '취약계층·소상공인 지원'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이라는 큰 틀 아래 이번 추경 사업의 핵심은 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지역화폐를 통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는 방안과 취약계층에 집중한 선별 지급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300조 빚더미 '코 앞'…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문제는 재정 여력입니다. 전임 윤석열정부가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대대적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올해까지 3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가 예고된 상태입니다. 나랏빚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175조2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1%에 달했습니다.
정부 살림살이 사정도 어둡습니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를 보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4월까지 46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조5000억원 개선된 수준이지만 여전히 2020년, 2024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준입니다.
특히 1차 추경에 따른 예산 소요가 다음달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자 폭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에 따른 지출은 다음달 재정 동향에 반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이번 2차 추경 편성까지 확정될 경우 적자 규모는 급증할 전망입니다.
이미 정부 재정이 빚더미에 오른 상태에서 2차 추경을 추진하면 관련 재원은 오롯이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세계잉여금이나 기금 여유자금 등 가용 재원은 이미 1차 추경 당시 총동원하고도 모자라 9조원 넘게 국채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 1차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1280조원으로 증가했는데, 2차 추경 시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채 발행이 늘면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채권 금리가 상승해 기업 등 민간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우려하는 부분도 이 같은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때문에 대통령실은 국채 발행 최소화 방안 수립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재부는 이에 따라 올해 본예산에 담긴 사업들을 우선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정부에서 편성한 올해 예산 사업 중 재정 승수가 낮은 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더불어 2차 추경안은 부족한 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세입 경정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입 경정은 당초 예상보다 세입이 부족하거나 넘칠 때 세입 예산을 고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정부는 2차 추경 재원 마련 방안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거론하나, 추경을 뒷받침할 만한 긴축 조정이 이뤄질 만한 것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며 "당연히 적자 국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재정건전성 악화는 물론 국가 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6차 재정집행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