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5대그룹 총수 및 경제6단체장 간담회는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국난에 버금가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민관이 ‘원팀’이 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는데 이 대통령과 경제계의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특히 경제계는 최우선 현안으로 꼽히는 미국의 통상 압박 문제와 관련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운 만큼, 민관 합동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자고 화답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6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그룹 총수와 경제6단체(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과 만나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도시락을 먹어가며 진행된 회동은 2시간20분가량 이뤄졌습니다.
앞서 취임 일성으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천명한 이 대통령은 처음 경제계와 대면한 이날 자리에서 미국 통상 압박에 ‘원팀’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고 강조하면서 ‘규제 합리화’와 적극 지원을 약속하는 등 ‘친기업’ 메시지를 냈습니다.
특히 이날 간담회가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재계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공유하면서 새정부의 ‘실용 정책’에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6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듣던 중 함께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맏형 격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은 “(이 대통령이) 표방하는 실용적 시장주의라는 국정 철학은 삼성뿐 아니라 여기 참석 중인 기업, 그리고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불안하게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복합 위기 상황이고, 혹자는 IMF 위기에 버금가는 국난의 시기라고도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성장해 왔으며, 이번 경제 위기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은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한편, 정통 산업 부문은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도 부각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도 “기업인들에 보여주신 관심에 경제계도 상당히 기대가 크다”며 “기업들도 정부와 함께 (통상·산업 정책에)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습니다.
“관세부과로 어려움” 호소
경제계는 이날 이 대통령에게 현재 미국발 관세 정책에 따른 기업 환경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소통도 요청했습니다. 최 회장은 “미국이 상호 관세를 한다, 만다 이렇게 되다 보니 무엇을 결정할 수 없는 불안정한 형태가 돼 기업인들이 사업을 결정하거나 투자를 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그간 이뤄진 경제단체의 개별적 대응 활동을 상세히 소개하며 “이는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하고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첨단 분야는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의 생태계를 강화하며 국가 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어 이제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통상 대응과 공급망 안정화, AI 분야는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6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 생태계” 강조…긴장감
이날 간담회는 상견례 성격이 짙은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묘한 긴장감도 감지됐습니다. 이 대통령이 ‘친기업’ 메시지와 함께 노동,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공정 경제 생태계를 강조한데 따른 것입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규제 합리화’와 관련해 맹목적인 ‘규제 개선’이 아닌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는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공정한 시장을 위한 규제, 생명·안전을 지키는 규제 등은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이와 관련 이재용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더 챙겨보겠다”며 “산업 현장 안전 문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이는 앞서 지난 2022년 윤석열정권 초기 경제계 인사들과 진행한 간담회와 비교해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당선인 신분으로 경제단체장과 간담회를 갖은 윤 전 대통령은, 취임식 때는 4대그룹 총수를 초청해 만남을 가졌습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민간주도 경제 변환’을 강조하고 기업의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겠다며 전반적인 규제 철폐를 천명한 바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 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6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실용적’ 정부 기대감
재계에서는 이번 간담회의 민관 ‘원팀’ 협력 한목소리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특히 ‘실용적’ 정부를 표방한 이재명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집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 하면서 기업과 정부가 호흡을 맞춰야지만 이 험난한 시국을 뚫어 나갈 수 있다는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며 “이 대통령이 향후 어떤 정책을 펴갈지는 모르겠지만, 기업이 잘돼야 민생 경제도 좋아지기 때문에 실용적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 대통령이 행정도 해보고, 소액주주도 해보는 등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 경제에 대한 현실 감각이 남다른 것 같다”며 “이런 면에서 기업들에 대한 소통과 이해가 높아 이전 정권보다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