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양국 간 긴장이 중동 지역 전면전으로 확산할 경우 중동 지역에 에너지 수입을 크게 의존하는 한국은 경제 전반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내수·수출에 그림자가 드리운 상황에 갑작스러운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가 환율·수출·물가 등 이른바 '삼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동 전면전 확산 우려에…WTI 70달러 뚫어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일 대비 배럴당 74.23달러로, 전장 대비 4.87달러(7.02%) 올랐습니다. 미국 상호관세 발표 충격이 있었던 지난 4월 2일 이후 최고치입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 역시 배럴당 72.98달러로 전장 대비 4.94달러(7.26%)나 올랐습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배럴당 70달러를 뚫었습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 중 전일 대비 12.9% 상승한 장중 78.31달러까지 치솟았고, WTI 선물 가격 역시 장 중 전일 대비 13.4% 오른 배럴당 77.16달러를 찍었습니다.
WTI 가격은 지난달 5일 배럴당 57.13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는데요. 당시 주요 산유국의 증산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한 달 전만 해도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중동 리스크'로 인해 급반등한 겁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심 에너지 시설로 공습 범위를 확대했고, 이란도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한 보복에 나섰습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남부 걸프해역에 있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14광구 정제시설에서 큰불이 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중동 지역을 둘러싼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환율이 요동쳤습니다. 지난 13일 원·달러 환율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에 전 거래일보다 10.9원 오른 1369.6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환율은 달러 약세를 반영해 3.7원 내린 1355.0원에 출발했지만, 공습 소식 직후 꾸준히 상승하며 1373원까지 오르는 등 변동 폭이 컸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920.03)보다 25.41포인트(0.87%) 떨어진 2894.62에 장을 마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동 위기 고조에…에너지 수입국 한국 경제 우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당분간 유가·환율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한국은 원유의 70% 이상, 액화천연가스(LNG)의 30% 이상을 중동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입니다. 양국 간 공격이 단순 보복을 넘어선 중동 전면전으로 확전할 경우 한국 경제 역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더 악화된 내수 침체와 미국발 관세폭탄 영향으로 '수출' 타격이 현실화되는 상황에 갑작스러운 중동 리스크까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며,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은 생산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가계는 물가 부담 증가로 실질 구매력이 약화합니다. 즉,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악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유가가 오르면 수입에 필요한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이 요동치는 경향을 보입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류는 소비자물가에서 농축산물과 함께 큰 비중을 차지하며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요. 실제로 올해 들어 줄곧 2% 초반대를 유지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국제 유가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처음으로 1%대로 내려왔습니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상승이 전망됩니다.
일각에선 트럼프발 관세 충격으로 공급망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리스크가 겹치면 한국 수출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미국의 관세 조치로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수입액이 크게 늘어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대응 수단으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제기하는데요.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석유 수송로 중 하나로 전 세계 석유 화물의 20% 이상이 운송되는 통로입니다. 이 해협이 막힐 경우 대부분 에너지 '수입국'에 해당하는 아시아 주요국들의 원유 수입 비용이 증가할 전망입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