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민주당이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며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개혁의 뼈대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입니다. 두 권한을 동시에 쥐고 조직논리에 따라 수사권을 남용하는 검찰의 폐해를 없애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만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설되는 수사기관과 기존 수사기관의 적절한 견제와 균형가 가능한, 나아가 '권력 입김'을 차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의 미비점을 살피고 개선점을 분석했습니다.(편집자주)
지난 11일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입니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 영장청구권을 전담합니다. 중수청은 내란·외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 등 8대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합니다. 국가수사위원회는 중수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업무를 총괄·조정·감독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은 "검찰 개혁을 이번에는 제대로 완수하겠다. 이제 국민의 요구를 완수할 때로 더 미룰 수 없고 늦어져서도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3개월 이내에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검찰개혁 4법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미완의 법안'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먼저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불기소한 건에 따라 적정성을 심의하는 공소심의위원회가 대표적입니다. 개혁안에선 공소청이 기소권을 사실상 독점함에 따라 발생할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공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심의위가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수사심의위원회와 공소심의위원회는 모두 검찰의 결정 과정에 외부 의견을 반영해 공정성을 높이려는 제도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들이 참여해 수사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합니다. 공소청 설치 및 운영 관련 법안에 따르면 공소심의위원회 역시 위원 정원은 9명 이내로 하고, 외부 위원을 과반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공정성 확보와 논란 해소를 위해 이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 직권으로 회부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9월6일 수심위는 김씨의 6가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증거인멸)에 대해 모두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습니다. 이후 명품백을 전달한 당사자인 최재영 목사가 별도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결론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적으로 검사나 수사기관의 판단에만 맡겨놓으면 시민들과 동떨어진 결정들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시민들이 들어가서 같이 결정에 참여하고 또 결정 과정을 지켜보고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공소심의위원회의 심사 대상 조직 권한 운영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중요하다. 누가 들어갈지, 구체적인 심의위원회 운영을 어떻게 할지 등 (보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가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를 통한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 등이 담긴 '검찰개혁 패키지' 법안을 발의하며 3개월 이내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지난 6월11일 밝혔다.(사진=뉴시스)
중수청 역시 행정부나 대통령의 입김이 닿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수청은 8대 중대범죄를 수사하는데, 행안부 아래에 있게 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전원 교수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의 수사나 인사, 또 경찰의 수사·인사 문제에 직접 관여할 수 없도록 행안부 장관의 간섭을 제한하는 이런 법적 장치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공소청장과 중수청장 등 수장 뽑는 과정에서도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후보군 추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령 공소청장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공소청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를 두게 됩니다.
추천위 위원은 위원장 1명을 포함해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해야 하는데, 공소청장의 추천위의 경우 당연직 3명(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포함해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되었던 정당이 추천한 2명, 이외의 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으로 꾸려지게 됩니다. 이는 중수청장 추천위원회 구성도 마찬가지 구조입니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의 요청 또는 위원 3분의1 이상의 요청이 있거나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위원장이 소집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됩니다. 그런데 추천위원회에 대통령이나 여당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인원이 5명이 되는 겁니다.
서보학 교수는 "당연직으로 되어 있는 이 3명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구성이 4대3 정도로 될 수 있도록 개정은 필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교수는 "결과적으로는 정권을 가진 측이 과반수를 점하게 구조가 된다. 아마 그대로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고 좀 더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