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인구가 1400만명에 달하는 거대 광역지방자치단체 경기도에서 복지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공공의 지원을 받아 의료와 복지의 돌봄을 통합해 받을 수 있도록 공공 안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공공복지 전문 싱크탱크인 경기복지재단이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6월 ‘이달의 좋은 정책’ 지방자치단체로 ‘간병 SOS 프로젝트’를 주도한 경기복지재단을 선정했습니다. 이 정책은 △가족 간병 부담 경감 △긴급 상황 대응 △중장년·노인 돌봄 지원 등 실제 삶의 현장에서 체감되는 돌봄 정책을 구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용빈 경기복지재단 대표와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뉴스토마토> 유튜브 ‘야단법석’에서 만나 ‘간병 SOS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과 향후 확산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간병 SOS 프로젝트… 연간 최대 120만원 지원
‘간병 지옥’, ‘간병 파산’, ‘간병 살인’, ‘간병 자살’이란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간병에 대한 부담은 커져만 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국 최초로 ‘간병국가책임제’와 ‘360도 통합 돌봄’ 같은 굵직한 복지정책을 내놓은 경기도가 이번엔 ‘간병 SOS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간병 SOS 프로젝트’는 돌봄 공백이 발생했을 때 공공의 영역에서 긴급히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경기도형 간병 지원 정책으로, 65세 이상 취약계층 노인에게 연간 최대 120만원까지 간병비를 지원하는 사회안전망 구축 사업입니다.
경기도 15개 시·군에 거주하는, 간병이 필요한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은 1인당 연간 최대 120만원까지 간병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경기민원24 홈페이지,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를 통해 신청 가능하며, 지난 3개월 동안 이미 240명 이상의 도민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예기치 않게 아플 수 있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그 돌봄을 가족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며 “간병SOS 사업은 이런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공공복지의 전환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혼자 사는 고령자, 당장 가족이 없는 이들에게도 공공이 손을 내밀 수 있게 됐다”며 “공공 간병망이 처음으로 사회 전면에 등장한 사례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용빈 경기복지재단 대표는 '간병'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 아닌 사회 전체의 몫으로 봐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실제 삶을 바꾸는 정책…전국 확산 기대”
임혜자 수석부소장은 “‘간병 SOS 프로젝트’는 초고령 사회에 꼭 필요한 복지 모델”이라며 “지역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전국으로 확대되어야 할 공공복지 혁신의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경기도가 경기복지재단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가는 데는 이 대표의 이력이 큰 보탬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대표는 의사(마을 주치의), 시민 활동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와 국가 공동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책임’을 소명으로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이 대표가 경기복지재단의 수장이 되면서 ‘간병 SOS프로젝트’를 단순한 시범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복지 인프라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으로 내놓았습니다. 향후 방문형 돌봄, 야간 간병 등 다양한 형태로 간병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지원이 아니라 사회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재건하는 과정”이라며 “이제 간병은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몫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공공 재정 측면에서도 ‘간병 SOS 프로젝트’는 주목할 만합니다. 이 대표는 “장기요양보험과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공백을 채우는 구조로, 공공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간병 SOS 프로젝트’의 서비스 만족도는 95%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경기도 31개 시·군으로 전면 확대 중입니다.
이용빈 경기복지재단 대표는 "누구에게나 어느 시점 돌봄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온다"면서 "공공이 먼저 손을 내미는 복지가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공동체의 신뢰를 되살리는 복지정책”
이 대표는 “복지는 행정 통계로 측정되는 수치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사람의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기복지재단은 책상 위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기반한 생활 밀착형 복지를 실현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이 대표는 “정책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며 “‘간병 SOS 프로젝트’처럼 시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복지, 누구나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의료와 복지의 통합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복지가 진짜 공공복지”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복지재단은 간병SOS 외에도 △심리 방역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청년·1인 가구 대상 정서 돌봄 △AI 기반 복지 정보 제공 등 차세대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속에서 간병 문제는 이제 특정 계층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이 대표는 “누구나 생애 어느 시점에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간과 만난다”라며 “공공이 먼저 손을 내미는 복지가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경기복지재단이 추진 중인 간병SOS 프로젝트는 간병을 개인의 부담에서 공동체의 책무로 전환한 의미 있는 정책입니다. 변화의 최전선에서 현장 중심의 정책을 실행하며 경기복지재단은 지역 복지의 방향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정책은 사람의 삶을 바꾸고, 신뢰는 정책의 실천에서 태어납니다. ‘간병 SOS 프로젝트’는 단순한 돌봄 서비스를 넘어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