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이하 배달음식 드문데…배민 중개이용료 인하 실효성 의문

1만원 이하 배달 중개수수료 무료 정책에 현장 점주 반응 '시큰둥'
투자한 기업 입장과 수수료 인하 체감 적은 소상공인 입장 간 괴리 커
전문가 "정부, 조율하되 개입하면 부작용" 지적

입력 : 2025-06-19 오후 5:35:05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아이고, 만원에 팔면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무슨…"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업주에게 1만원 이하 배달시 중개수수료 무료를 골자로 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상생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손사레부터 칩니다. 고물가 시대인 데다 1만원 이하 음식 배달은 남는 게 없어 아예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밖에도 19일 <뉴스토마토>가 만나본 배민 입점 점주들 모두 실효성이 없다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1만원 이하 배민 주문의 경우 중개이용료를 전액 면제하고 배달비를 차등 지원하는 추가 상생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우아한형제들이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중재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 입점업주단체와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에서 추가 상생방안에 대해 중간 합의한 결과에 따른 조치입니다.
  
중간 합의안에는 주문금액 1만원 이하 주문에 대해 중개이용료 전액 면제 및 배달비 차등 지원을 시행하고, 1만원 초과~1만5000원 이하 주문에 대해서도 중개이용료 등을 차등 지원하는 등 업주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반응이 신통치 않습니다. 1만원 이하 주문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1만원 이하를 판매하더라도 배달비, 결제 수수료 3.3%를 더해 재료비, 인건비, 세금, 임대료,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팔수록 적자라는 입장입니다.
 
김치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한 점주는 "볶음밥이나 파스타는 원가가 싸서 1만원 이하로 가능할지 몰라도 대부분의 음식이 1만원 이하로 내리기 어렵다"며 "1만4000원 음식을 팔면 배민에서 다 제하고 8000원이 입금되는데 재료값, 인건비 등을 제하면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점주 역시 "최소 주문 금액이 1만원인 경우가 거의 없고 적어도 1만3000원~1만5000원 이상이 최소 주문"이라며 "금액이 1만원 이하라고 해도 메인 메뉴를 시키지 않으면 업주 입장에서 손해라 주문을 취소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닭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한 점주는 "지난해 배달수수료 상생안이 하위 20% 이하 매장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거였는데 20%에 해당되기도 힘들고 이번도 대다수 가게가 혜택을 보지 못할 것"라고 전망했습니다. 
 
소상공인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배민의 이번 상생안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카페에서는 "상생안이 아니라 소액 주문 마케팅", "수수료와 배달비 인하를 기다렸는데 이제는 폐업을 해야 하나 싶다" 등의 격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배달 앱을 둘러싸고 사회적 차원에서 점주와의 상생안이 지속해서 요구되고 있지만, 플랫폼이 울며 겨자먹기로 정책을 내놓아도 현장과의 괴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셈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를 해서 플랫폼을 만든 기업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중요한데 무조건 깎을 수 없는 입장이고 소상공인들은 실질적인 체감이 되지 않으니 더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 교수는 "예전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도 이와 유사한 조정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소상공인과 카드사의 갭이 컸다"며 "갭에 대해서는, 경영학 이론으로 접근하자면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산업 전반의 균형이 깨져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율을 하되 개입해선 안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1만원 이하 주문의 중개이용료를 전액 면제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현장 반응은 부정적이다.(이미지=우아한형제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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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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