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심리위축 불가피…불확실성만 커졌다

미국의 이란 공습…한국 경제계 ‘긴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 추진…유가 급등
물류비·원자재 상승…한국에 ‘직격탄’
불확실성에 ‘수출 둔화’ 가능성도 커
기업 ”결국 소비자에 부담 전가” 우려

입력 : 2025-06-23 오후 2:38:22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란이 공습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추진하는 등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는 가운데, 국제 유가, 원·달러 환율, 원자재 및 해상운임 상승과 공급망 불안 등에 따른 국내 기업의 비용 증가와 수출 둔화 등 연쇄 충격이 우려됩니다. 국내 기업들은 이란이나 중동 지역이 주요 수출 대상은 아니지만,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와 수출 둔화 등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22(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공습과 관련 해운 운임과 디젤 가격의 급등, 원유 선물 가격 변화 등 극심한 변동성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미국의 공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이자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절차에 들어가자 국제유가는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이날 오후 750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56% 오른 배럴당 75.7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개장 직후에는 배럴당 78.4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2.29% 오른 배럴당 78.77달러에 형성됐습니다. 개장 직후엔 5.7% 급등한 배럴당 81달러까지 급상승했는데, 브렌트유 가격이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입니다. 브렌트유와 WTI 선물 가격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빠르게 상승해 약 12~13%가량 오른 상태입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는 러-우 전쟁 시의 120~130달러까지 상승하고 높은 수준의 유가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높고, 특히 전체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하는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충격이 크고 글로벌 인플레 우려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란이 실제 봉쇄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더라도 장기간 봉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당장 유가는 연고점 돌파를 시도하겠지만 추후 실질적인 공급 차질 부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등으로 다시 WTI 75달러 이내의 안정권에 회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거나 실제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과거 석유 파동이상의 여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박종현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중동 상황을 섣부르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장기화할 경우 2의 오일쇼크이상의 엄청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지금은 1970년대와 달리 글로벌 공급망이 서로 연계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여파는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급등하는 유가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입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이는 곧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가는 전기 등의 에너지 가격과도 큰 연관이 있기에 국내 산업 전반의 원가 부담으로도 연결됩니다. 여기에 글로벌 불확실성 확산은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더해집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안정한 중동 정세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기에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일부 군수 산업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산업군 자체의 수출이 둔화될 것”이라교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악재입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 전반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데, 이는 수입 제품의 원가를 추가로 끌어 올리기 때문입니다. 강 교수는 원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환율 때문에 수출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부분은 옛날만큼 크지 않다상대적으로 수입 물가가 올라 물가 관리가 더 어려워지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란 공습 관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는데물가 상승에 민간 소비 둔화까지 심해질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이란이나 중동 지역이 주요 수출 대상은 아니라 직접적인 영향은 없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비용 상승 부담이 더욱 큰 까닭입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제대로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글로벌 대형 악재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인상의 경우는 피할 방도가 없고, 물류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그 영향이 가속화 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관세에 더해 물류비나 유가 인상의 상황이 겹치게 되면 결국 판매 가격에 영향을 줘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이로 인한 시장의 위축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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