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가 이번 주 미국에서 열립니다.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미국과의 관세 '7월(줄라이) 패키지' 합의 타결 시한은 임박해지고 있는데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의 귀국으로 회담이 무산됐는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회의도 이 대통령이 불참키로 하면서 양자회담은 또 어려워졌습니다. G7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불발케 한 중동발 정세 불안이 또다시 돌발 악재로 떠올라 회담 성사의 장애물로 작용한 셈입니다. 시한이 촉박한 관세 문제는 물론 방위비 협상과 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까지 한·미 양국 간에 얽혀있는 각종 중요 현안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됩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 첫 관세 논의 본격화…한·미 3차 기술협의
22일(현지시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과의 관세 관련 협의가 새롭게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유예 조치가 연장될지 여부는 예단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 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며 "지금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다. 새 정부 첫 번째 고위급 방미이기에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실용주의 측면에서 협상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부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 본부장은 일주일간 머물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회담하고, 24~26일간 이뤄지는 한·미 3차 실무협의도 지원할 방침입니다. 그는 "통상협상은 결국 장관급에서 먼저 진행하면서 단단한 초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관급, 실무급에서 최대한 접점을 넓혀 협상하는게 중요하다"며 "최종적으로 정상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부분이 있을 테고, 그러한 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미 통상 당국은 오는 7월8일까지 '줄라이 패키지'를 이끌어 내기로 하고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고위급, 실무급 기술 협의를 이어왔습니다. 줄라이 패키지는 한국의 정권 공백기에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합의를 7월 내에 도출하겠다는 목표로 제시됐습니다. 다만 미국이 18개 국가와 동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한국도 정치적 상황 때문에 두 차례 기술 협의만 이뤄지는 등 협의 진전이 더딘 상황이었습니다. 새 정부 들어 첫 국장급 회의를 하게 된 이번 3차 협의는 줄라이 패키지까지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 8일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9일부터 미국의 고율 관세가 다시 부과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동 문제에 미국이 직접 개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도 과도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백악관 연합뉴스)
G7 이어 나토도 정상회담 무산…과제로 남아
앞서 새 정부는 실무 회담 전 한·미 정상 간 만남을 통해 관세 협상에 대한 큰 틀의 합의점을 찾아 협력의 새로운 틀을 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 회의 일정을 접고 조기 귀국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계획이 취소됐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정상 간 만남을 통해 그간 대통령 부재로 풀기 어려웠던 난제들을 해결에 관세 협상에 초석을 놓으려 했지만 기회가 사라진 셈입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나도 불참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서 이번에도 정상회담이 어려워 졌습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소식 등 중동 정세가 크게 악화한 여파 입니다.
이처럼 중동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관세 협상에서 한·미 방위비 인상과 같은 비통상 이슈도 ‘원샷’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미국이 최근 나토 국가 등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한국에 부담 입니다. 이미 나토 회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에 자력 방위를 요구하며 요구한 수준에 맞추기 위해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목표 가이드라인에 합의했습니다. 중동 문제에 미국이 직접 개입한 상황에서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도 과도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우려가 확대된 겁니다. 이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며 대미 무역 완화를 위해 미국산 전투기 등 첨단 무기 도입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이번 3차 협의에서 미국 측은 자국 상품 구매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부터 구글 정밀 지도 반출에 이르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표단은 미국이 2차 기술협의에서 전달한 '비관세 장벽' 해소 요구에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그동안 한국 기업이 받아 온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하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편 문제와 관련,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미 의회에 지지를 요청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G7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 대통령은 나토 회의에 불참키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