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여파’에 철강·차 대미 수출 급감…하반기도 ‘고난’

단가 낮춰 수출량 유지…’수출액’ 감소
자동차 수출액도 급감…전년비 32%↓
철강·차, 관세 대응 노력에도 ‘먹구름’
하반기 수출 부진 커져 ’상저하저’ 흐름

입력 : 2025-06-23 오후 4:08:51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미국발 관세 정책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철강·자동차의 지난달 대미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진을 줄이거나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미국으로의 수출량을 줄이는 등 업계의 자구책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하반기 수출 부진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먹구름만 짙어지고 있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2700만달러로 전년(39000만달러) 대비 16.3% 감소했습니다. 철강의 월별 수출 물량은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수출 단가가 감소하며 전반적인 수출액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대미 철강 수출량은 올해 들어 1217000, 2242000, 325만톤, 4248000, 5252000톤 등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보인 반면, 수출 단가는 1~4월 톤당 1500달러 안팎을 유지하다가 5월에 1295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전년 대비 9.4% 하락한 수치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철강 업체들이 마진을 줄여서라도 기생산된 물량의 수출을 유지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수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2%나 줄었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발효했던 지난 4월 감소율 19.6%를 웃도는 수치로 관세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현지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미국 수출량을 다른 국가로 돌리는 등의 영향으로 인해 대미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철강과 자동차업계 모두 미국 투자를 통한 현지 생산 강화 방침을 중심으로 관세 정책의 활로를 찾겠다는 목표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등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철강업계의 경우는 이달 4(현지시각)부터 관세율이 50%로 상향된 상태로 대미 철강 수출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따른 미국 현지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도 떠안은 상황입니다. 자동차업계는 관세 대응을 위해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미국으로의 수출량을 줄이는 등 다변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국내 완성차 1·2위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가격 인상 등 정책 변화를 두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수출 부진이 더 커지며 상저하저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철강·자동차 업계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무협이 이날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보고서를 보면 올해 1~5월 철강 부문 수출은 작년보다 5.6% 감소했는데, 하반기는 7.2%로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관세 인상과 유럽연합(EU)·인도를 중심으로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가 강화되면서 수출 부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봤습니다. 자동차의 경우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장기화와 해외 생산·조달 비중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2.4% 줄어든데 이어 하반기는 7.1%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관세 여파를 석달 가량 버텨냈지만, 이젠 여력이 소진돼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시장 다변화를 추구해야 하지만 미국 시장 같은 규모를 확보하기 어려운 난처한 상황으로 결국 정부가 관세 협상을 풀어주는 수 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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