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 날개 꺾인 신약개발

파라택시스, 250억 들여 경영권 인수…코인 기업 전환
이정규 대표 지분가치 희석…'BBT-877' 개발 동력 상실

입력 : 2025-06-23 오후 4:40:26
(사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스닥 상장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288330)스(이하 브릿지바이오)의 경영권이 헤지펀드로 넘어갑니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가상자산 운영 등 디지털 자산 투자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신약개발 추진력이 사그라드는 모양새입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0일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1호와 경영권 변경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1호는 브릿지바이오 보통주 200억원과 전환사채 50억원 등 총 250억원을 들여 지배지분을 인수합니다.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주식은 3062만7872주, 주당 발행가액은 653원입니다. 오는 30일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브릿지바이오의 최대주주는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1호로 변경됩니다. 브릿지바이오는 코스닥 상장다 지위를 유지하되 파라택시스코리아로 간판을 바꿔 답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015년 이정규 대표가 설립한 바이오기업입니다. 2019년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5000억원 규모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기술을 이전하는 쾌거를 올렸으나 이듬해 권리반환에 맞닥뜨렸습니다. 올 3월에는 2개 사업연도 연속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해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4월에는 BBT-877 임상시험 2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연일 악재에 직면했습니다.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1호는 미국 파라택시스 캐피털 매니지먼트(PCM)의 디지털자산 헤지펀드 계열사 파라택시스 홀딩스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입니다.
 
최대주주 변경으로 BBT-877 개발을 포함한 브릿지바이오의 바이오사업 동력은 다소 약해질 전망입니다. 파라택시스는 "이정규 공동창립자는 핵심 바이오텍 사업을 계속 이끌며 이사회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할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지분율만 놓고 보더라도 이 대표는 작년 말 기준 8.21%를 보유한 데 그칩니다. 유상증자로 발행주식총수가 늘어나면 지분가치는 더 내려갑니다.
 
파라택시스는 브릿지바이오에 디지털 자산 색깔을 입힐 계획입니다.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한 뒤 "이번 거래는 디지털 자산 투자 경험이 풍부한 기관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비트코인(BTC) 트레저리 플랫폼이 한국 주식 시장에 공식 출범하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사실상 바이오사업 대신 디지털 자산을 본업으로 삼겠다는 신호로 여겨집니다.
 
에드워드 진 파라택시스 홀딩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관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국 최초의 BTC 트레저리 기업을 설립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브릿지바이오의 디지털 자산 기업화를 못박았습니다.
 
PCM의 파트너이자 파라택시스코리아 CEO로 내정된 앤드류 김은 "우리는 한국을 BTC 도입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건전한 기업 거버넌스와 엄격한 자본 운영 원칙을 기반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BTC 접근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브릿지바이오의 주력 사업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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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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