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광진구청이 대형마트 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려다가 보류한 지 1개월이 돼가고 있습니다. 구청이 결정을 머뭇거리는 건 지난 6월4일 출범한 이재명정부를 의식하는 탓으로 풀이됩니다. 새 정부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고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청 역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라고 서울 내 자치구들에 권고하는 정책을 자제하고 정부·여당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중입니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공휴일로 제한되는 법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될 경우에는 그 영향을 고려해야겠다"며 "하지만 법안이 실제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의무휴업일 변경 여부를 결정할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5월28일 마트노조 서울본부 조합원들이 서울 광진구청 앞에서 대형마트 휴업일 평일 전환을 규탄하며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마트노조 서울본부)
앞서 광진구청은 지난 5월7일 의무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바꾸는 내용으로 행정예고를 한 바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는 날짜는 지난 2일이었습니다. 이에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일요일에 쉬고 싶다며 구청 정책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던 광진구청은 돌연 휴업일 변경 정책을 보류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광진구유통업상생발전위원회를 열어 의무휴업일 변경안을 심의했으나 위원회 내부 이견을 확인한 광진구청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더 듣기로 한 겁니다.
이해관계자의 벽에 부딪힌 광진구청은 지금은 새 정부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처음에 정책을 보류할 당시엔 중앙정부나 국회까지 의식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대형마트 휴업일이 공휴일로 바뀌는 정책이 법제화가 된다면 그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대형마트 휴업일을 공휴일로 고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인 오세희 의원은 지난해 9월24일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은 또 지난 3월12일 민생연석회의를 열고 '20대 민생의제'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의 행보는 그동안 서울 대형마트들의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어온 흐름을 역전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청은 그간 서울 자치구들이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도록 독려하고 권고해 왔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의무휴업일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를 구청 같은 기초자치단체로 규정해 놨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은 2023년 10월16일 국정감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꿀 계획이 있느냐'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서울시청이 자치구에) 독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5월27일에는 서울시청이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이미 평일로 바꿨거나 바꿀 구청 6곳에 총 18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주말에 쉬지 않고 운영하는 대형마트 때문에 피해를 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환경개선을 하도록 비용을 대는 내용이었습니다.
추경의 혜택을 받은 자치구는 총 4곳입니다. 지난해 평일 휴업으로 전환한 서초구청·동대문구청·중구청, 지난 2월 휴업일을 바꾼 관악구청 등입니다. 나머지 구청 2곳 몫으로 배정된 6억원은 휴업일 변경에 동참한 자치구가 없어 불용처리됐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원래 6개 자치구가 휴업일 전환이 가능하겠다고 예상했으나, 구청들이 마트 노동자 휴식권 등 이슈를 감안하다 보니 참여한 구청이 4개밖에 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이마트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현재 서울시청 차원의 휴업일 전환은 동력이 많이 떨어진 많이 상태입니다. 추경 지원까지 공언했음에도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자치구가 적었던 겁니다. 서울시청은 올해는 아예 관련한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서울시청으로서도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조와 국회의 법안 발의 동향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대선을 전후한 서울시청의 태도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드러납니다. 서울시청은 대선 전엔 "대형마트들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도록 구청들에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가 대선 이후엔 "새 정부가 들어서는 등 정치적인 이슈들이 많아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