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삼성전자가 새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7’에 자체 개발한 3나노 공정 모바일 칩셋 ‘엑시노스2500’을 전량 탑재하며 자사 칩 경쟁력 회복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번 전면 탑재는 기술 안정성을 입증하고 향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됩니다. 업계는 이를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신뢰 회복과 수주 확대를 위한 시험대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7 및 플립7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점에서 한 소비자가 제품 길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공개한 폴더블 신제품 ‘갤럭시Z플립7’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을 전량 탑재했습니다. 탑재 가능성을 두고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결국 전면 탑재로 확정된 것입니다. 엑시노스2500은 삼성의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첫 스마트폰용 칩셋입니다. 엑시노스 칩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탑재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습니다. 보도자료에도 AP의 명칭을 간단히 기재했을 뿐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전략을 택했습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후 기자간담회에서 “고의로 빠트린 건 아니다. 설명하고 싶은 강점들이 너무 많아서 그랬을 것”이라며 “어떤 AP를 쓰든 간에 갤럭시 제품의 강점과 차별화를 적용하겠다는 게 저희들의 큰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사태 이후 이미지 타격 등 여러 논란이 있었던 만큼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GOS는 발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게임 성능을 자동으로 제한하는 기능으로, 2022년 이를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며 엑시노스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S23에는 엑시노스가 제외됐고, S24에는 일부 모델에만 탑재됐습니다. 지난 2월 출시된 S25 역시 엑시노스2500 탑재가 예정됐지만, 수율과 성능 안정화 지연으로 결국 퀄컴 칩이 적용됐습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의 3나노 2세대 공정 수율이 30~40%,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5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양산 적정 기준인 60%를 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번 전량 탑재를 두고 수율이 개선됐을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양산 역량을 입증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향후 2나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겁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TSMC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삼성 파운드리는 적자가 누적되며 위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번 사례를 통해 기술 안정성과 양산 역량을 입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수주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