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HBM 삼각동맹’이 승승장구하는 양상입니다. 설계를 담당하는 엔비디아, 양산을 맡은 TSMC,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앞선 두 기업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오는 24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가 또 한번 역대급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건물에 로고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4조달러(약 5500조원)을 돌파하며 고공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지난해 12월 3조7300만달러(약 4125조4003억원)를 기록하는 등 근접한 기록은 있지만, 전 세계 상장 기업 중 시총 4조를 넘은 것은 엔비디아가 처음입니다. 지난 1분기 매출 441억달러(약 60조6463억원)에 순이익 188억달러(약 25조8537억원)를 달성하는 등 계속된 성공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나아가 엔비디아의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입니다. 엔비디아의 신제품 GPU ‘블랙웰’의 하반기 공급 확대, ‘블랙웰 울트라’ 양산 본격화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도 ‘루빈’ 등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가 예정된 만큼 시장의 기대치도 높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향후 18개월간 시장의 초점은 시총 5조달러(약 6800조원) 달성 여부에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엔비디아가 4조달러를 달성하기 전부터 “여름이 가기 전에 4조달러, 향후 18개월 내에 5조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 대만 신주의 TSMC 본사 건물에 로고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엔비디아의 호조에 힘입은 TSMC도 시장의 예상치를 넘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TSMC는 올해 4~6월 매출액이 9338억대만달러(약 43조8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38.6% 오른 수치입니다. 1월부터 6월까지의 수익은 1조7730억5000만대만달러(약 83조2092억원)입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0.0%가 오른 셈입니다.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AI 수요 급증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AI 가속기 공급망 삼각편대 중 두 곳에서 긍정적 지표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SK하이닉스의 성과도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HBM 중 상당수가 엔비디아로 향하면서, 양사는 연동되는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 매출 17조6391억원 중 HBM 매출이 6조2089억원이었던 점도 양사의 경제지표가 연동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이러한 호조에 힘입어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의 2분기 전망에 기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20조4384억원, 영업이익 8조9734억원이었습니다. 각각 전년 대비 24.2%, 63% 증가한 수치입니다.
계절의 영향을 받는 데다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까지 겹쳐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호조가 예상되면서 양사 간 실적 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양사의 격차는 2배 가까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범용 메모리를 주력으로 할 땐 삼성전자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HBM에 집중한 후로는 엔비디아와 유사해졌다”며 “엔비디아의 성적이 긍정적이고 증권사의 평가도 올라가고 있는 만큼 실적 공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