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출장 중 미국의 수출 규제로 제한됐던 보급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의 수출을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으로 강화됐던 규제가 완화되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했던 국내 반도체 업계도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공급망촉진 박람회'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CEO는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우리의 수출을 승인해 출하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중국 시장에 H20을 판매할 것”이라고 지난 15일 예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희토류) 자석 합의를 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칩을 다시 팔기 시작했다”며 사실상 젠슨 황의 발언을 시인했습니다. 황 CEO는 출국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바 있는데, 일각에서는 면담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H20은 엔비디아가 지난 2022년 공개한 H100의 저사양 제품입니다. 미국의 제재로 H100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사양을 낮춘 H20을 출시해 판매한 것인데, 지난 4월 중국의 ‘딥시크 쇼크’의 영향으로 수출이 전면 차단됐습니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5~7월 분기 매출이 80억달러(약 11조1008억원)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타격을 받았습니다.
3개월 만에 엔비디아의 수출이 재개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입니다. H20에 탑재될 HBM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제품이 쓰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H20에 탑재되는 HBM3는 삼성전자가 일부 공급을 해왔습니다. 아울러 HBM3E가 탑재된 H20E도 중국 수출이 허가될 경우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이번 완화 조처는 중국 수출 규제로 직격타를 맞아온 삼성전자에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8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DS는 재고 충당 및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94% 감소했습니다.
단순한 수익 개선만이 아니라 HBM3 납품 재개를 통한 기술 개발 차원에서도 이번 완화 조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결국 생산라인이 돌아가야 한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급이 늘어난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