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후보가 두 차례 진행된 지역별 경선에서 열세에 놓이자 인천 지역 정치권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박 후보가 당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뒤 인천시장 출마로 방향을 틀면, 그간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공을 들인 후보들도 연쇄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인천 정가에선 박 후보의 당선과 낙선을 놓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박찬대 후보는 인천 연수갑 출신 3선 의원으로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친명계(친이재명계) 핵심 인사입니다. 그간 정치권에선 그가 인천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습니다. 그런데 박 후보는 지난달 민주당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사실상 지방선거는 접은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21일 광주광역시 수해 피해 현장인 서구의 한 가구백화점을 찾아 복구 작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19~20일 진행된 충청·영남 순회경선 결과, 정청래 후보는 각각 득표율 62.77%, 62.55%을 확보, 2연승을 거두며 누적 득표율 62.65%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박찬대 후보는 두 번의 경선에서 거푸 져서 누적 득표율이 37.35%에 그쳤습니다.
물론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75% 이상이 수도권·호남·강원·제주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 경선 결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입니다. 박 후보 측도 수도권과 호남 등 주요 지역에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바람몰이에 나선 뒤 정 후보를 역전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경선에서 변수는 지난주 전국을 강타한 역대급 폭우입니다. 애초 7월26~27일 예정됐던 호남·수도권 경선이 8월2일 서울·강원·제주 경선과 통합돼 '원샷 경선'으로 치러지게 된 겁니다. 일반적인 지역 순회 경선에선 한 지역마다 선거를 치고 득표율을 따집니다. 누적 득표율이 쌓이면서 대세론을 형성됩니다. 그런데 이번 원샷 경선에선 모든 게 안갯속입니다. 결국 후반부 표심 향배는 더욱 유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박찬대 후보도 아직은 경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도 "현재로선 향후 거취를 이야기할 시점은 아니다"라며 "최우선 순위는 당대표 선거 승리"라고 했습니다.
다만 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당대표 선거에서) 낙선한다고 해서 바로 인천시장 선거에 나선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인천시장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분위기는 감지된다"고 전했습니다.
측근들 "박남춘과 사전 조율 있을 것"...사회부총리 기용설도
박 후보가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하자 지역에선 박남춘 전 인천시장, 유동수 의원, 김교흥 의원 등이 차기 인천시장 유력 후보로 꼽혀왔습니다. 이 가운데 박 전 시장은 박 후보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걸로 평가됩니다.
박 전 시장 측근은 "일단 8월2일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 그 전까지 하는 말은 모두 의미가 없다"면서 "다만 박 전 시장과 박 의원의 그동안 관계를 고려하면 사전에 상의하고 조율하는 단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두 사람 성향상 독단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 두 사람 모두 민주당의 소중한 자원 아니냐"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측근은 "박 전 시장 성향을 고려할 경우 박 후보가 인천시장에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박 후보는 사회부총리 입각설 등 많은 이야기가 있지 않느냐.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했습니다.
박남춘·김교흥·유동수 대기...박찬대 복귀 땐 구도 전면 재편
현재 인천에선 민주당 소속 시장 후보군으로 박남춘 전 시장 외에 인천 계양갑 출신 3선 유동수 의원, 인천 서구갑 출신 3선 김교흥 의원 등이 거론됩니다. 이 가운데 유 의원이 친명계로 꼽힙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유 의원은 현재 박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주말마다 고향인 전북으로 내려가 호남권 지지를 모으고 있다"며 "당장은 전당대회가 먼저"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유 의원의 시장 출마 여부는 박 후보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당장은 출마를 준비하겠지만, 박 후보가 시장직에 도전하겠다고 하면 출마를 접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도 "당대표 임기는 1년이고, 박 후보가 당대표에 재도전할 수도 있다"며 "이번 결과 하나로 모든 선택지가 결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의원은 오랜 기간 인천시장 도전을 천명했던 만큼 박 후보가 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경선을 불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8·2 전당대회 순회 경선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토박이' 박찬대 거취 가를 변수는 결국 '인천 득표율'
이번 당대표 선거는 대의원(15%), 권리당원(55%), 국민 여론조사(30%)를 반영해 당대표를 선출합니다. 이 가운데 권리당원이 집중된 인천·수도권 지역의 투표 결과는 박 의원의 정치적 명분을 가를 중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30일부터 수도권·호남·제주 등 남은 권역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8월2일 최종 개표를 통해 새 당대표를 선출할 예정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고향 인천에서조차 고전할 경우, 낙선 후 인선시장에 출마할 명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남은 모든 지역에서 사활을 거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8월2일 결과가 인천 정가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