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김동주 전 대표 시절 MG손해보험의 해외 부동산 부실 투자를 주도한 자산운용관리파트 임직원 다수가 승진하거나 이직하며 영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전 대표로부터 권한을 부여받고 주요 투자를 결정한 사람들인데요. 결과적으로 크게 손실을 본 투자였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낙하산 인사, 투자 '전결' 남발
2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MG손보는 자베즈파트너스에 인수돼 재출범한 2013년부터 5월부터 2022년 12월 말까지 총 23건, 1973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체 투자금의 절반(52.4%)이 넘는 1033억원의 투자자산 손상차손(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 중 21건, 1024억원(99.2%)에 달하는 손상차손은 김동주 전 대표 재임 시절(2016년 4월~2020년 4월) 투자된 건에 집중됐습니다. 김동주 전 대표가 수장에 오르면서부터 MG손보는 해외 채권과 항공기, 국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렸습니다.
특히 2018년 10월 중순경 집행된 글로벌부동산신탁 투자 2건은 전체 손상차손(1033억원)의 25%에 달하는 약 258억원의 손상차손을 남겼습니다. 각각 127억2600만원, 130억3300만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으며, 이는 MG손보 재무구조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조사됐습니다. 당시 투자를 검토한 실무 직원은 담당자 A씨와 이를 결재한 직속 상사 B 파트장(팀장), C 담당(이사)으로, 대표이사의 결재는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도 손상차손(23건) 중 21건이 투자 여부를 살피는 과정에서 담당자 A씨와 B 파트장을 거쳐 회부된 투자 건이 C 이사의 전결에 그쳤습니다.
자산운용부서 직원들, 부실 투자에도 영전
MG손보 대주주였던 자베즈파트너스는 박근혜 전 대통령 친인척이 연관된 사모펀드입니다. 이 무렵 MG손보를 이끌던 김동주 전 대표도 낙하산 인사 의혹을 받았습니다.
자베즈파트너스 설립자 박신철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박영우 전 대유그룹 회장의 친조카입니다. 자베즈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중앙회-MG손보 외에도 과거 국민은행의 현대증권 주식 고가매입 등 박근혜 전 대통령 '금융농단' 의혹에 공통적으로 거론된 사모펀드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동주 전 대표 시절 직원들의 행보가 석연치 않습니다. C 이사와 D 본부장은 2013년 5월 4일 MG손보 출범에 맞춰 입사했습니다. 특히 D 본부장은 자베즈파트너스에서 MG손보에 파견한 임원으로, 김상성 초대 대표 시절부터 자산운용관리에 대한 결재 권한을 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 이사는 김동주 전 대표가 취임(2016년 4월)한 당해 8월에 자산운용관리파트 이사로 승진했습니다. 그는 D 본부장을 대신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10월 중순까지 이뤄진 투자자산 취득에 최종 승인을 결정했습니다.
그 사이 D 본부장은 B 파트장을 영입했습니다. B 파트장은 2015년 7월1일 입사해 곧장 자산운용관리파트에 배치됐습니다. 실질적인 투자 의견 교환은 B 파트장과 D 본부장 사이에 오갔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B 파트장과 C 이사, D 본부장은 2015년부터 2년 가량 함께 합을 맞췄습니다. 이후 D 본부장은 2017년 4월 MG손보에서 퇴사하고 자베즈파트너스 대표로 이직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자베즈파트너스로부터 자산운용 일선의 실무자 역할을 수행할 담당자 A씨가 MG손보에 파견됐습니다. A씨는 2018년 6월 1일 입사해 한 달 만인 7월부터 곧장 투자 집행에 나섰습니다.
A씨의 합류를 기점으로 MG손보는 대체투자 손상차손 중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을 발생시킨 글로벌부동산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이를 검토하고 승인한 건 A씨와 B 파트장, C 이사였습니다. 이들은 2018년 하반기에 6건의 투자를 추진키로 했는데, B 파트장은 당해 10월 31일에 돌연 퇴사했습니다. 이후 담당 A씨도 2019년 2월 28일 퇴사했고, MG손보가 투자한 글로벌부동산신탁 판매 자산운용사로 곧장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G손보 특별감사를 진행했던 관리인들은 결과보고서를 통해 이들이 투자한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사업 및 위험성 점검, 위기상황 대응계획 검토가 부족했고 조기상환, 매각가치, 환위험 등 위험리스크에 대한 세부적 검토 없이 투자를 집행해 손실이 발생됐다"고 판단했습니다.
MG손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자베즈파트너스가 실질적 대주주였던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승인을 받고 채용한 인물들로 알고 있었다"며 "뻔히 손실 가능성이 높은 투자를 집행해놓고 갑자기 퇴사하거나 승진하거나 한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김동주 "자산투자 실무에 위임...이상한 부분 보고 못받아"
자베즈파트너스의 MG손보 자산운용 개입은 김동주 전 대표 재임 시절 두드러졌는데요. MG손보 부실 경영의 책임 추궁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김 전 대표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자산 투자와 관련해서는 운용역에 위임했고, 담당자들이 회의를 거쳐 결정했을 것"이라며 "제가 실질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고, 임기 동안에 투자에 이상한 부분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대부분 투자건이 김 전 대표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실무부서 선에서 투자가 결정되는 시스템은 제가 취임하면서 만든 것도 아니고, 전임 김상성 대표 시절부터 고착화된 절차였다"면서 "(임기 이전부터) 모든 투자 권한은 투자심의위를 거치고 최고 책임자는 본부장이며, 밑에 실무 부서의 검토를 거쳐 결재가 이뤄진다"고 부연했습니다.
MG손해보험 간판.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