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 의뢰'…지귀연 재판부 기피신청 현실화 가능성은?

특검 신중론...윤석열-조희대-지귀연 '삼각관계' 의혹 변수
박찬대 "흠결 인물론" 제기로 사법부 독립성 논란 재점화
다만 사법농단 때와 달리 "기소 전 배제" 조치 가능성 낮아

입력 : 2025-07-28 오후 5:33:40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윤석열씨의 내란 혐의 사건 심리하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둘러싼 ‘룸살롱 접대’ 논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의뢰로 격화하면서, 재판부 기피신청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번째 공판에서 취재진들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7일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가 3월7일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를 공개하며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때는 지 부장판사가 공수처에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씨의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당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주목되는 건 박 의원의 기자회견에 함께한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해석한 제보자 발언입니다. 노 의원은 "제보자가 '윤석열이 평소에 한 말이 있지 않나. 흠결이 있는 인물을 써야 자기 말을 잘 듣는다'고 했다"며 "흠결이 있는 인물은 맥락상 지귀연과 조희대 대법원장을 가리키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의원은 이어 "제보자가 '조희대를 대법원장 임명한 것도 이유가 있겠네요'라고 한 것은 (윤씨가) 흠결이 있는 사람을 써서 말을 잘 듣게 하려는 이유"라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조희대 대법원장은 윤씨가 대통령에 재임하던 시절인 2023년 12월 임명됐습니다. 지 부장판사는 이보다 앞선 2월 대법원 재판연구관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발령이 나았습니다. 박 의원과 노 의원 등이 했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지 부장판사의 일은 단순한 개별 판사의 공정성 문제를 넘어 사법부 전체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윤씨의 내란혐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란특검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도 지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묻는 질문에 "법원의 판단(윤리감찰)을 존중하며 재판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검이 이미 지 부장판사에 대한 사건을 이첩받았음에도 기피신청을 하지 않는 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앞서 지난 6월 공수처는 시민단체가 윤씨 구속취소 결정과 관련해 지 부장판사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특검에 이첩했습니다. 3월7일 지 부장판사가 윤씨의 구속을 취소한 데 이어, 3월8일 심 총장이 이에 대해서 즉시항고하지 않으면서 윤씨의 석방을 방조했다는 겁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귀연 판사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로 입수한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지 판사관련 메신저 대화내용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지 부장판사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형사기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과거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해서는 기소와 동시에 재판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졌지만, 지금 조희대 대법원장 땐 상황이 다릅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농단을 수습하는 위치에서 ‘사법부 신뢰 회복’이라는 명분 아래 연루 판사들을 과감하게 배제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법관에 대한 직무 배제와 전보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의 재판 배제를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대법원의 대응은 과거와 다르게 조심스러운 모양새입니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취임한 점, 그리고 노 의원이 제보자의 "흠결이 있는 인물을 써야 말을 잘 듣는다"는 발언을 해석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까지 염두에 두고 한 점에서, 대법원 입장에선 성급한 조치가 스스로의 정당성에 의문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제출한 카톡 대화와 접대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입증되고, 민주당 등 범여권내에서 제기하는 '특검이 기소한 사건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 요구' 등이 국민적 요구로 확산할 경우 대법원도 과거 사법농단 때와 같은 선제적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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