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매출은 대부분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회복세를 보인 곳이 많았습니다. 자잿값 안정과 선별 수주 전략 등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외형은 위축됐는데요. 업계에서는 하반기 분양과 신규 수주, 해외 사업 성과가 실적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건설사 5곳(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은 모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습니다. 삼성물산은 매출이 7조150억원으로 33.2% 감소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으며, 현대건설(15조1763억원)은 11.6% 감소, 대우건설(4조3500억원)은 18.1% 감소했습니다. DL이앤씨(3조7996억원)와 GS건설(6조2590억원)도 각각 4.1%, 1.7%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은 대부분 반등했습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만 2770억원으로 55.3% 감소했지만, 나머지 4곳은 모두 증가했습니다. 현대건설은 4307억원으로 8.2% 늘었고, 대우건설은 2335억원으로 6.3% 증가했습니다. GS건설은 2324억원으로 41.7% 급증했고, DL이앤씨는 2072억원으로 무려 121.6% 증가했습니다.
수익성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는 고공 행진하던 공사비가 안정세로 접어든 점, 대형 프로젝트 준공 효과, 주택부문 원가율 개선 등이 꼽힙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94.9%였던 원가율이 올해 상반기에는 93.5%로 낮아졌고, DL이앤씨는 연결 기준 2분기 주택 원가율이 전년 대비 5.8%포인트 개선된 87.2%를 기록했습니다. GS건설은 서초구 '메이플자이'와 광명시 '철산자이더헤리티지' 등 국내 주택 사업에서 준공 정산 효과와 카타르 도하 메트로 건의 판관비 대손 환입 효과가 컸습니다.
반면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하이테크, 평택 P3 등 기존 대형 프로젝트 공정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데다 지난해 수주한 카타르 Facility E(4.1조원), 사우디 Jubail 열병합 발전(1.2조원) 등 현장 공정이 본격화하지 않으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습니다. 주택 부문 마케팅 비용 증가 등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외형 위축 불가피…수주·해외 사업 관건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외형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주요 건설사 5곳의 신규 수주액은 37조7400억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16조7344억원의 수주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올해 고부가가치 중심의 프로젝트 수주를 이어가고, 새로운 밸류체인 확보를 위한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삼성물산은 하반기 수주 파이프라인을 고려할 때 매출과 수익성은 내년부터 개선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비주택 발주 감소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도시정비사업을 안정적인 일감 확보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입지가 뛰어난 민간 사업지는 수익성이 높고 건설 경기 침체 등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선 핵심지를 사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을 둘러싼 정비사업지에서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입니다.
분양 역시 하반기 실적을 가를 중요한 변수입니다. 상반기 전국 주택 분양은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감소했으며 착공 물량도 6%가량 줄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분양 실적은 서울의 경우 올해 상반기 6558가구가 분양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가 줄었습니다. 하반기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간 미뤄왔던 분양 사업들이 속속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해외 사업 확대도 주목됩니다. 삼성물산은 해외 대형 원전,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한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기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올해 연말 불가리아 원전과 미국 팰리세이드 SMR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 역시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석유·화학 플랜트 등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수주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대체로 이익 개선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주택 매출 감소가 이어지지만 마진 개선이 보다 뚜렷할 것이란 판단에서인데요. 다만 대출 규제와 추가 규제 가능성으로 건설사들의 중장기적인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해외 모멘텀이 있거나 실적 모멘텀이 확실한 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결국 대부분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건설 경기 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수주 확대와 분양 성과, 해외 사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하반기 성적을 가를 것이란 분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