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수리 시 순정부품은 내 돈으로…소비자 불만 폭발

입력 : 2025-08-04 오후 1:18:55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자동차를 수리할 때 순정부품 대신에 품질인증부품(대체부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안 시행이 임박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순정부품 대신 대체부품을 선택할 경우 보험료 일부를 돌려받았지만, 앞으로는 순정부품 사용에 따른 차액을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보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상 대체부품 사용 강제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고나 고장으로 자동차를 수리할 때 대체부품이 있는 경우 해당 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보험금이 산정되는 내용의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안이 오는 16일부터 시행됩니다. 소비자가 순정부품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 차액을 직접 지불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순정부품 대신 50만원짜리 대체부품이 있다면 보험금은 50만원까지 나옵니다. 소비자가 순정부품으로 교체하려면 5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순정부품은 자동차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부품과 동일한 부품으로 제조사의 엄격한 설계 기준을 충족하는 부품입니다. 반면 대체부품은 중소기업이 제작하고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가 인증한 부품으로 성능과 품질은 순정부품과 유사하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대체부품을 선택할 경우 보험료 일부를 돌려줬지만,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환급 조항은 사라질 수순입니다. 
 
금융감독원은 과거부터 대체부품 활성화를 추진해왔습니다.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수리비가 줄어들면서 보험사 손해율이 개선되고, 보험료 인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체부품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서 실제 사용률은 0.5% 수준에 그쳤습니다. 
 
금감원이 다시 한번 이번 개정안을 통해 대체부품 활성화에 나섰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체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대체부품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동차보험은 사고 발생 시 부품 교체 등 수리비를 보장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인데요.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부품으로 수리하려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 가입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또한 보험료는 수리비 외에도 운전자 연령, 사고 이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산정되는데, 대체부품 사용만으로 소비자가 보험료 인하 혜택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소비자의 실익보다 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을 우선시한 조치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 소비자는 "대체부품 사용을 사실상 강제하면서도,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정보 제공이나 선택 기회 없이 약관만 바꾸는 것"이라며 "소비자 동의 없는 대체부품 사용 강제는 부당하다"고 불만을 토론했습니다. 다른 소비자는 "단일 인증기관 KAPA가 독점적으로 인증하는 구조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보험 본래 목적인 '사고 전 상태 복원'을 훼손한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면서 국민청원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현재 청원24와 국회전자청원에 금감원의 개정안 시행을 전면 취소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원이 올라와 2~3만명이 동의한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개정안 졸속 시행 지적도
 
이번 개정안의 발표와 시행 시기가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지난 5월 개정안을 발표한 뒤 불과 약 3개월 만인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보험업계도 준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업계 내부에서도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졸속 시행'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상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 전면 재검토와 시행 유예를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김 의원은 소비자 선택권 제한, KAPA 독점 구조 등을 보완하기 위해 △소비자 고지 및 선택권 보장 절차의 법제화 △KAPA 단독 인증체계 재검토 및 제3자 인증기관 도입 △기존 페이백 제도 유지 및 확대 적용 △정비업계–보험업계 간 협의체 구성 및 가이드라인 마련 △현장 혼란 방지를 위한 제도 시행 유예 및 시범사업 도입 등을 제시했습니다. 
 
김 의원은 "자동차보험은 국민의 권익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제도"라며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개정안이 오히려 국민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산업계의 기득권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김성호 차량기술사 회장은 "정비 현장의 준비 미흡으로 8월 시행은 너무 이르다"면서 "정비·보험업계 현장은 전산 시스템 구성·사용·세팅 등 작업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김 회장은 "일선에서 일하는 보험사 직원·정비업체 모두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홍문표 한국수입자동차정비협회장은 "기존 국민이 대체부품을 자발적으로 선택했을 때 보상을 돌려주는 보상형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제도 시행을 유예하고 시범사업을 도입해 문제점을 보완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상욱 민주당 의원은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자동차보험 개정안 전면 재검토와 시행 유예를 촉구했다. 사진은 차량정비사들이 차량 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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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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