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신고점 앞두고…불안한 은행 펀드 판매

입력 : 2025-08-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정부의 '코스피지수 5000 달성' 공약에 맞춰 은행권에서도 주식형펀드 판매 열기가 뜨겁습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신고점 부근에서 대주주 요건 강화 등 악재로 부침을 겪고 있어 지수 고점에서 신규로 진입한 소비자들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주로 비대면으로 주식형 펀드 등 공모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만큼 손실 가능성에 대한 고지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식형펀드 영업 확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하면서 은행권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영업 강화에 나섰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16일부터 오는 8일까지 신한 SOL뱅크에서 펀드 상품 가입 고객에게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힘내라 대한민국! 신한은행이 응원해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도 8월 한 달간 비대면 전용 펀드가입 이벤트 'KOSPI 5000 기원! 함께 가즈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식·주식혼합형 펀드를 신규로 가입하는 고객 대상으로 경품을 제공합니다.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에도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상품의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 바 있습니다.
 
은행권이 주식형펀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국내 증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넘보고 있는데요. 지난달 31일 장중 3288.26까지 올랐으며, 대선 전날인 6월2일에 비해 22%나 올랐습니다. 지난 2021년 6월25일 장중 역대 최고치(3316.08)에 0.8%차로 따라붙은 것입니다.
 
현 정부도 대통령 선거 전부터 '코스피지수 5000'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부동산으로 쏠린 가계 자금을 증시로 되돌려야 기업은 투자자금을, 국민은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코스피지수 5000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식형 펀드에 뭉칫돈이 유입된 바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의 판매사별 펀드설정규모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하나은행이 17조6748억원으로 공모펀드 판매잔고 1위를 기록 중이며, 신한은행이 17조3557억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KB국민은행 16조2000억원, 우리은행 13조28193억원, NH농협은행 7조6158억원 순입니다. 올 들어 판매잔고 증가폭은 신한은행이 3조7070억원으로 가장 크고 우리은행 1조9424억원, 하나은행 1조9051억원, NH농협은행 1조3365억원, 국민은행 1조1187억원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은행들이 주식형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는 또 다른 이유는 판매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시행되면서 수익 확대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상품 또는 투자상품 판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을 꾀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손실 가능성 고지 '글쎄'
 
문제는 국내 증시가 신고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형펀드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8월 첫 날 코스피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하며 '검은 금요일'을 맞기도 했습니다. 증권시장에 물리는 세금을 늘리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이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그간 국내 지수를 끌어올렸던 복합적인 기대감들이 단기간에 사라지면서 지수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에 대해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조세 정상화특위', '코스피 5000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고 했습니다. 여당 원내지도부가 긴급 진화에 나선 것이지만, 세제안이 조기 수정되지 않으면 예전 코스피지수 박스권 상단인 2700선까지도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주식형펀드에 대한 손실 위험 고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은행권에서는 '투자성향 분석'을 통해 보수적·공격적 등 투자 성향에 따라 투자 상품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성향 분석 단계에서는 '투자 가능 금액', '투자 경험' 등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요. 대면 절차와 마찬가지로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객 성향 대비 위험한 상품은 가입할 수 없습니다.
 
비대면 판매의 경우 '부당 권유'에 대한 우려가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면 판매의 경우 상담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고위험 상품에 대해 위험하지 않은 예금과 비슷한 상품이라고 강조하는 등 불완전판매 소지가 큽니다. 비대면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읽고 동의를 누르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비대면이라도 불완전판매의 소지가 아예 없는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례로 투자성향 분석 과정에서 소비자가 '투자를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한 질문에 '원금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라고 답변하거나 안정적·보수적 투자 성향이 나올 경우 투자성향을 재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에서도 불완전판매의 소지를 갖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펀드 유입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식형 펀드 등에 대한 유의미한 자금 유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비대면이라도 완전히 불완전판매에서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으니 손실 우려 등에 대한 꼼꼼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기대감들이 사라지면서 지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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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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