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출렁이는 원·달러 환율…관세 넘으니 환율 '파고'

1400원대 찍고 급락…두 달 반 만에 최대 폭 '출렁'
'강달러 지속' 대 '하향 안정화'…엇갈리는 환율 전망

입력 : 2025-08-04 오후 4:36:3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출렁이는 등 변동 폭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관세정책 협상은 일단락됐지만, 통상정책 전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데다가 미국의 경기 둔화 신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변동 폭을 키웠습니다. 향후 환율 방향성 역시 모호합니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 전망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당분간 변동 폭 확대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 관세에 '급등'·고용지표에 '급락'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4원 급락한 1390.0원에 출발해 16.2원 내린 1385.2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은 1390.2원에 고점을 찍은 뒤 한때 1383.3원까지 떨어지며 변동 폭을 키웠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일 두 달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출렁이며 장중 1400원대를 찍기도 했습니다. 실제 지난 1일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대비 14.4원 오른 1401.4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5월14일 1420.2원 이후 두 달 반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당분간 정책금리 동결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고용 쇼크 영향에 1380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7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7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시장 전망치 (10만명 증가)에 크게 밑돌았습니다. 또 최근 3개월 일자리 증가도 월평균 약 3만5000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고용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연준이 9월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고개를 들면서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은 22.9원에 달합니다. 한·미 환율 협의 소식에 환율이 급락했던 지난 5월14일 31.5원 이후 최대 변동 폭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월평균으로 봐도 4월(1441.92원) 이후 5월(1390.7원), 6월(1365.15원) 연속 하향 추세를 보였으나, 7월(1376.92원) 들어 다시 오르면서 상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환율 방향성 '모호'…변동 폭 확대 불가피
 
문제는 당분간 환율 방향성도 모호하면서 변동 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하반기 환율 전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 수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환율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 소비와 고용이 둔화하고 있고,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일시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준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통상정책 전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고 미국 경제 성장세가 견고하기 때문에 강달러 흐름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미국 지표가 겉으로는 견조해 보이지만 소비·고용의 추세적 둔화가 확인될 경우 달러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 연말로 갈수록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트럼프 트레이드' 당시와 달리 이번 달러 강세는 미국만의 압도적인 펀더멘탈 우위보다는 지나치게 매파적인 연준의 기대가 선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하면서 "3분기 말~4분기 초 연준의 스탠스 전환을 고려하면 연내 달러 지수의 점진적 하락을 전망하며 원·달러 환율 역시 1400원대 위에서 안착하기보다는 연말까지 1300원대 초중반의 하향 안정화 전망이 유효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국내 민간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연말까지 환율 수준이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연말로 갈수록 점진적인 상승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3분기 중에는 1300원 중후반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며 "연말에는 1400원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은 이미 연중 저점을 지나 상승세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재정 지출 확대와 한미 무역 협상 구체화가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며 "환율이 1400원대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정훈 하나은행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달러인덱스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민간 회복세가 더디면 연말까지 환율 수준은 1300원대 후반∼1400원대 초반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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